비욘드포스트

2024.04.20(토)

방글라데시 법원, 성추행 신고 여학생 몸에 불질러 죽인 피고인들

교장 성추행 신고한 여학생 살해범 16명에 사형선고
방글라데시 법원이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경찰에 신고한 18세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1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BBC, 다카 트리뷴 등의 보도에 따르면 24일 방글라데시 법원은 지난 4월 여학생 누스랏 자한 라피의 몸에 불을 질러 사망에 이르게 한 16명의 용의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6명 중에는 누스랏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교장 시라주다울라도 포함돼있다.

16명은 지난 4월 6일 누스랏을 한적한 곳으로 불러내 교장 성추행 신고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누스랏이 취소를 계속 거부하자 이들은 누스랏의 몸에 불을 질렀다. 이들은 누스랏이 죄책감에 스스로 분신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방글라데시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성추행 또는 성폭행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매우 드믄 데다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 누스랏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통해 "선생님이 나를 만졌다. 숨을 붙어있는 순간까지 이 범죄에 맞서 싸우겠다"고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누스랏은 동영상에서 심지어 자신을 공격하고 불을 지른 사람들의 이름들도 공개했다.

사건이 일어난지 나흘 뒤인 지난 4월 10일 결국 나스랏은 사망했다. 이후 경찰은 16명을 누스랏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나스랏이 사망한 후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추행 및 살인죄로 체포된 교장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반년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방글라데시 법조 사상 '최단기간 판결 기록' 중 하나로 기록되게 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24일 사형판결이 내려진 후 하페즈 아흐메드 검사는 기자들에게 "방글라데시에서 그 누구도 살인죄를 모면할 수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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