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불확실성 속 투자처 못찾은 자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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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단기 상품인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이 260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0%대 예금금리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이다. 초저금리에도 갈 곳 잃은 돈이 예금에 몰리는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51조7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77조2000억원(11.5%) 증가했다. 지난해 10월(80조6000억원) 이후 10개월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8월까지는 예금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기준금리 인상 두 달 전인 9월부터 10%대로 증가했고, 올들어서는 11%대까지 올라섰다.

이중 만기가 1년 미만인 정기예금 잔액은 264조70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29조7000억원(12.6%) 불었다. 정기예금 잔액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통예금 등 수시로 돈을 빼고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도 208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7000억원(8.7%) 늘어났다. 지난 2017년 9월(11.8%)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실제 정기예금 금리는 1%대 중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9월 기준 1.57%로 1년 전과 비교하면 0.25%포인트 내려갔다.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보면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는 1.7%,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 예금'은 1.6%, 우리은행 '우리 SUPER 주거래예금', KEB하나은행 'N플러스 정기예금'은 1.5% 등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으로 예금금리는 더 내려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저금리에도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경제 불확실성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단기예금이나 요구불예금은 필요시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기 자금' 성격이 짙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든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에 쓰이지 못한 자금이 단기예금 등으로 지속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손실이 난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 펀드) 사태 등으로 펀드 투자도 위축된 상황이다.

경기 부진세가 지속되며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 보다는 자금을 묶어두려는 경향이 강해진 측면도 있다. 예금주별로 기업 총예금은 8월 기준 420조30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26조원(6.6%) 증가했다. 반면 기업 투자는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3.2% 줄어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째 내리막을 나타내고 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新)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정기예금을 적극 유치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예대율 100% 이내로 맞추기 위해 예수금을 늘리는 데에 주력해왔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지 3주가 지난 시점에도 선뜻 예금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앞으로 예금금리를 더 낮추더라도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쏠림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환경 자체가 불안하다보니 만기가 짧은 예금에 자금을 넣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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