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4(수)

올 3분기 그룹 실적, 작년동기 대비 1/100
주력인 LG디스플레이와 실적부진
LGD 구조조정…계열사 이동배치 등 조치
LG화학, 경쟁사 무리한 소송전 불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비욘드포스트 강기성 기자] LG그룹 수장이 된 구광모 회장이 부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경영 능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LG 그룹은 구회장 취임 이전인 2017년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10조원을 거뒀다. 취임 첫해인 작년에는 7조원으로 가라앉더니,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조원으로 계속해서 하락세다. 이 같은 추세면 올해 영업이익은 5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집단 전문 데이터서비스 인포빅스에 따르며 LG그룹이 올해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고작 133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1조5,458억원에서 무려 99.14%가 증발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탓에 실적이 좋을 때는 동반 성장하지만, 악화일로로 내딛을 때는 어느 한 계열사가 무너질 경우 주요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 ‘마이너스 시너지’로 이어지는 구조다.

올해 이같은 실적 추락의 핵심은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었다. 이미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실적 경고등이 켜지고 있어 이 같은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ㅁ LG디스플레이, LG화학의 추락

가장 큰 위기를 겪고있는 LG디스플레이는 작년 3분기 1401억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4367억원 적자를 내며 그룹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올해 누적 적자는 1조원에 가깝다.

LG디스플레이는 불과 1~2년 전만해도 LCD TV 패널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굳건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대형 LCD 패널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패권을 뺐겼다. 아직 이 회사 매출의 80%는 LCD 패널에서 나온다. 대신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 카드를 빼들며 차세대 TV인 OLED TV에 올인했다.

화질 경쟁력은 높았지만, LCD TV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자 시장 성장이 더뎌 실적이 고꾸라졌다. TV시장에서 OLED TV 비중은 아직 수량 기준으로 2%도 안된다. 주 고객사인 LG전자 TV사업부문은 수익성이 높은 OLED TV 판매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왔으나, LG디스플레이 OLED TV 사업부는 아직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자진 퇴직했다. 이 회사는 임원과 담당조직 25%를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380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7% 하락했다. 고기능 합성수지(ABS), 고흡수성 수지(SAP) 등 석유화학부문 주요 제품의 수요가 둔화된 것이 발목을 잡았다.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전지사업도 지속되는 ESS화재로 인한 충당금이 부담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ㅁ 떠나는 직원들…계열사간 이동배치

LG주력 계열사에서는 퇴직하는 직원들이 늘고있다. LG전자의 작년 이 회사에서 퇴직한 직원은 1만명이 넘는다. LG화학 근속자 중 해고나 정년퇴직이 아닌,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간 직원은 2016년 300명에서 2017년 453명, 2018년 505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 3년간 무려 1,253명에 달하는 직원이 퇴사했다.

이들의 주된 퇴사 사유로는 임금을 비롯한 처우 문제가 거론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LG화학 직원 평균연봉은 8,800만원이다. 동종업계인 SK이노베이션은 1억 2,800만원이다. 약 1.5배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동종업계 대비 적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어,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LG그룹은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악화된 실적으로 인해 직원들이 만족할만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감축 대상인 직원들을 수혈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아무리 기존 업무와 유사성이 높은 부서로 배치된다해도 구체적인 업무와 조직문화 적응기는 필요하다. 내부 직원들은 애당초 처우를 잘 해주지 못해 직원들을 떠나보내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ㅁ 경쟁사에 ‘공격’ 행보…부메랑 돼 돌아올까

최근 LG그룹 계열사들은 경쟁사에 자사의 특허와 관련해 소송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리 챙기기라는 시각도 있겠으나, 계열사 별로 무리한 시도들이 이미지 훼손이나 상대의 법적대응 등 자칫 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LG전자는 이달 6일 독일에서 중국 TCL을 상대로 휴대폰 관련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4일에는 미국에서 중국 하이센스를 상대로도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LG전자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12년 만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행보다. 9월에는 유럽 가전회사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에도 냉장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에는 9월 ‘QLED TV’ 광고가 허위·과장이라며 국제전시회 IFA에서 포문을 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지속적인 비방성 광고 영상을 방출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국내외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특허침해 등 소송을 제기하며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법조계는 소송 비용만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실적을 감안하면 소송의 승패에 자칫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피소당한 회사들의 ‘반격’도 잠재적인 위협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LG전자의 OLED TV의 취약점인 번인(Burn-In) 현상을 꼬집는 광고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특허침해 등 맞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싸움판은 LG에서 시작한 영역에서만 벌어지고 있지만 국내 그룹사들간에는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첨예한 경쟁이 일어나는 만큼 언제든 입장이 뒤바뀔 수도 있다

강기성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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