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3(화)

한미일 외교장관, 북한 도발 가능성 낮다 전망
북한 코로나19 대응 위해 도발 못한다는 판단
에볼라, 메르스 발생 땐 각종 대남 도발 감행해
전염병보단 자체 전략과 계획 따라 판단 관측
이번엔 군사도발보다 내부결속 집중할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TV가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지난달 25일 이후 22일만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지난달 25일 이후 22일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해석이 나온다. 인접국인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한 탓에 북한이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 도발을 비롯한 대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전염병 발생 때도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만이라도 북한이 조용히 지내길 바라는 기대 섞인 전망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5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들 3인은 북한이 코로나19 대응과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와의 교류를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당장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 준 것은 북한 대표단의 뮌헨안보회의 불참이었다. 북한은 당초 이번 뮌헨안보회의에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파견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대표단이 독일에 다녀오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 언론 역시 북한의 의료 수준을 평가 절하하며 북한이 코로나19에 겁을 먹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4일 북한이 코로나19를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해 국경을 봉쇄하는 등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만약 발병할 경우 자신들의 열악한 의료 상황으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일련의 해석과 보도는 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국경을 폐쇄하면 북중 교역 중단에 따른 북한의 경제적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세는 북한이 최근 추진하는 관광 진흥 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심각성과 북한 의료 수준의 문제점을 꼬집음으로써 북한 군 당국을 위축시키고 군사 도발을 자제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전염병이 국제사회에 확산되던 시기에도 군사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2014년 서아프리카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지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같은 해 10월까지 급속도로 확산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다. 당시 북한은 그 해 6월부터 9월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보름 간격으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동해로 쏘며 군사 도발을 이어갔다.

북한은 그 해 3월과 4월에는 파주와 백령도, 삼척 등지로 소형 무인기를 보내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같은 해 6월에는 무장한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에 침입해 우리 군을 농락하는 일이 있었다. 북한군 사병 3명이 6월19일 육군 1사단 관할 비무장지대에서 군사분계선 남쪽 60m 지점 철책까지 내려왔다. 이들은 철책에 달아놓은 안내표지판을 떨어뜨리고 귀순 유도벨이 달린 인터폰을 뜯어가는 등 도발했다.

같은 해 10월10일에는 북한이 경기도 연천에서 날아오른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 10여발을 쏴 일부 탄두가 우리 측 지역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우리나라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북한은 5~6월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같은 해 7월11일 북한군 10여명이 강원도 철원 인근 군사분계선을 넘는 도발을 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공교롭게도 다음 달인 8월4일 우리 육군 제1보병사단 수색대대 부사관 2명이 비무장지대 철책 통로에서 북한군의 목함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는 'DMZ 목함 지뢰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에볼라 바이러스와 메르스가 물러간 이듬해인 2016년에는 북한이 1월 4차 핵실험, 9월 5차 핵실험이라는 고강도 도발까지 벌였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전염병보다는 자체적인 전략과 계획에 따라 도발을 해왔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한해서는 북한이 군사 도발보다는 내부 결속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김정은 위원장의 딜레마'란 보고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선 바이러스 유입 차단과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되, 중국이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해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 경우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대중 국경통제를 완화하면서 국면 전환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변수가 동시에 북한 경제를 압박하면서 지난해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경제분야에서의 정면돌파 전략 수행도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어려움 속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을 계기로 자력갱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공급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국산화와 과학기술에 더 매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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