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20대 국회에서 성착취 피해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온라인 성착취 범죄자 처벌 강화를 위한 관련 법안들을 즉각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입장을 27일 발표했다
2020년 3월 20일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사건의 대대적인 보도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일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을 협박하여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 유포한잔혹한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 각계의 공분이 큽니다.
먼저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500만 건에 이르는 서명을 통해 가담자 처벌 강화를 촉구했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대통령은 ‘n번방’ 가입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 엄벌을 주문하였습니다. 국회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에 집중하여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한일련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번 국회 임기 중에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국회가 관련 법안들을 검토하고 개정 취지를 살려 이번 국회 임기 중에 처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에 더하여세이브더칠드런은 성착취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중요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아청법’) 개정안 역시 이번 국회 임기 중에 반드시 처리할 것을촉구합니다.
24일 정부는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범정부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피해자 및 부모, 가족에 대한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성폭력 피해 상담소를 중심으로 피해자와 전담 상담인력을 1대1로 매칭하여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문제는 피해자 파악이 충분히 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밝혀낸 피해자는 74명(이 중16명이 아동·청소년)이나, 대화방을 쉽게 만들고 닫을 수 있는 텔레그램 특성상 피해자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이번 범행을 저지른 조주빈 또한 ‘갓갓’이라는 대화명을 쓴 다른범죄자의 범죄를 모방으로 ‘n번방’을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범죄자에게서 성착취를당했거나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 또한 매우 많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상당한 피해자들은여전히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알려졌을 때 피해자를지지하기는커녕 피해자가 마치 범죄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비난하는 사회의 잘못된 시각이 성착취 피해 만큼이나 두렵고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성착취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하는 이와 같은 시각은 현행 아청법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아청법은 성매매의 탈을 쓰고 이루어지는성착취의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대상 아동·청소년’이라고 이름 붙이며보호처분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성착취가 아니라 ‘성매매’를당했다고 믿는 아동・청소년은 자신 역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성착취 피해에 대한 외부 구조나 지원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성범죄자나 알선자들이 이 조항으로 아동·청소년을 협박하고 성착취를반복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청법의 ‘대상 아동·청소년’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은 이미 여성가족부를 거쳐 2018년 2월에국회 여성 가족위원회를 통과하였으나, 법무부의 반대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있습니다. 2019년 9월에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에대한 5·6차 심의에서 위원들은 현행 아청법에서 ‘대상 아동·청소년’에게보호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국제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고, 최종 견해를 통해 “성매매 및 성적학대에 연관한 모든 아동을 “피해자”로 명시하여 범죄자가아닌 피해자로 처우할 것, 관련된 지원서비스 및 법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보상과 구제를 포함한 사법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가 피해구제를 요청하지 못하도록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 우리 사회는 법을 통해 아동대상 성착취 범죄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피해자를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피해 아동을 범죄자로 몰아 피해를 요청하지 못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에서 성착취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수준입니다.
끔직한 일이 일어났지만 이것은 추악한 범죄자와 이를 조장한 동조자들의 탓이지 결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회적인 지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그들의 피해자 지위를부정하는 아청법을 지금 개정하지 못하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한 걸음도 들여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20대 국회에서 디지털 성착취 범죄자 처벌을 위한 여러 법안 개정은 물론이고, 오랫동안계류되어 있었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시급히 개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2020년 3월 27일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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