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6(금)

농심, 순익 줄어도 배당금은 기부금의 18배인 231억원
오뚜기, 삼양도 현금 배당금은 늘었으나 기부금은 '깜깜'

농심·오뚜기·삼양 등 라면업계 배당금만 ‘듬뿍’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산업계가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반사이익을 누리는 농심·오뚜기·삼양 등 라면업계가 격려금과 배당금은 넉넉히주면서기부금엔 인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배당금도 역시 통 크게 썼다. 물론 이익 부분에 대한 주주환원정책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배당금이 오너 또는 오너 일가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주주환원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너친화정책이 아닌지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사회공헌 척도로 읽혀지는 기부금 내역에서는 형편이 없다. 라면업계 빅3가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라면 3사의 실적은 다른 업계가 부러울 정도로 크게 올랐다.

농심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8% 오른 6877억원을 기록했고, 특히 영업이익은 63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67.7% 상승한 48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기부금은 고작 12억원6500만원에 그쳤다. 물론 전분기보다는 3배 늘어난 수치이지만 배당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쥐꼬리다. 지난해 농심이 지출한 배당금은 231억3000만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기부금의 18배가 넘는 금액이다. 문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5.8% 줄었음에도 배당금은 동일하게 지출한 것이다. 이에 따른 현금배당성향도 27.44%에서 32.58%로, 5.14% 늘었다.

배당금은 대부분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농심의 지분율을 보면 농심홀딩스가 32.72%로 최대주주이며, 신춘호 회장(5.75%), 신 회장 부인인 김낙양 여사(0.54%),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1.64%) 그리고 율촌재단(4.84%) 등 특수관계인이 45.49%를 가지고 있다.

농심홀딩스는 신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42.92%)을 비롯해 김낙양(0.23%), 신동윤(13.18%), 신윤경(2.16%) 등 특수관계인 66.5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율에 따라 계산을 하면 신춘호 오너 일가가가 챙긴 배당금은 68억7000만원이다. 기부금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농심·오뚜기·삼양 등 라면업계 배당금만 ‘듬뿍’


오뚜기도 1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8.1% 성장한 6455억원, 영업이익도 8.3% 오른 572억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냈다. 당기순이익도 59.5% 오른 499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좋은 실적에도 오뚜기는 기부금을 줄였다. 전년보다 23.3%나 줄인 14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금배당성향은 늘어났다. 지난해 오뚜기가 배당금으로 지출한 현금은 254억4300만원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문제는 당기순이익은 38%나 줄어든 상황에서 동일한 현금배당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금배당성향도 전년 15.82%에서 25.18%로 늘었다. 9.36% 증가한 것이다.

오뚜기의 이상한 배당정책은 2017~2018년을 보면 확연히 드러났다. 2017년 당기순이익은 1312억7300원에서 2018년에는 1608억2900만원으로 22.5% 올랐다. 이에 따라 현금배당도 235억7200만원에서 7.9% 증가한 254억4300만원을 지출했다. 순이익이 늘어날 땐 배당금도 늘리더니, 순이익이 줄어도 배당금은 고수하는 이상한 배당정책인 것이다.

이런 배당정책으로 오뚜기 오너 일가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오뚜기 지분은 함영준 회장이 27.3%, 누나 함영림 3.2%, 여동생 함영혜 3.2%, 숙부 함창호 4.5%로 나타났다. 이들이 챙긴 배당금은 97억2000만원이다. 기부금의 무려 7배 수준이다.

농심·오뚜기·삼양 등 라면업계 배당금만 ‘듬뿍’


삼양식품 역시 1분기에 역대 분기 중 최고의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9% 오른 1563억원, 영업이익은 73% 증가한 26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27억원으로, 무려 82.1%나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기부금 항목은 보이지 않는다. 삼양식품이 금융감독원에 공시를 시작한 2013년부터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기부금 항목이 보이는 시기는 2018~2019년으로, 각각 1억5554만8000원, 7억1475만4000원이 전부이다.

물론 삼양식품이 1분기에 사회공헌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월에 2억6000만원 상당의 라면 등, 3월에 대구지역에 1억4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시 기준으로는 기부 내역이 없다.

오너 일가를 위한 배당은 풍성하다. 2019년 현금배당으로 60억2600만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30억1300만원)의 2배다.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70% 늘어났는데, 현금배당은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 것이다. 이렇게 지출된 현금배당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삼양식품의 지분은 삼양내츄럴스가 33.2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전인장 회장(3.13%), 전 회장 부인인 김정수 전 사장(4.33%), 전 회장의 쌍둥이 동생 전인성(1.33%) 등 특수관계인이 46.64%를 소유하고 있다. 삼양내츄럴스 지분은 김정수 전 사장(42.2%)과 전인장 회장(21.0%) 부부가 63.2%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에 따라 오너 일가는 18억여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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