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3.29(금)

LG전자 OLED TV·의류건조기·스타일러 등 독보적 제품 잇딴 결함 논란
국민 혈세로 국내외 연구조직 운영… 제품 결함때마다 연구비 축소

(사진=LG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온라인커뮤니티)
(사진=LG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온라인커뮤니티)
[비욘드포스트 강기성 기자] 세계적인 전자기업인 LG전자에서 명성에 걸맞지 않는 잇단 제품 결함들이 발생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특히 결함 논란이 일었던 전후에 치중했던 연구개발 비율은 줄이고 있던 사실이 확인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기술의 LG…명성에 버금가는 고장·불량·겸함·리콜

최근 LG전자는 국내에 판매한 OLED TV 6만대를 자발적 리콜한다고 밝혔다. 18개 모델의 파워보드에서 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된 것이다. LG전자는 TV 파워보드에는 전류의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부품을 적용하는데 특정 기간 생산한 일부 OLED TV모델에서 이 부품의 성능 저하 등으로 파워보드 내 전류 증가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리콜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의류건조기에서 악취·곰팡이 논란이 일면서 국민청원과 소비자집단분쟁으로까지 확산됐다. 소비자들은 “콘덴서에 먼지가 낀다”, “내부 바닥에 고인 잔류 응축수가 악취 및 곰팡이를 유발한다”, “구리관 등 내부 금속부품 부식이 생긴다”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LG전자 측은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이 건조기 자체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건조기의 하자’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10년간 무상수리’를 약속한다는 애매한 해명을 내놓았다.

올해 초에는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인 ‘수水스타일러’에서 물고임과 누수현상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LG트롬 스타일러는 2018년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오리지널 제품이다. LG전자 측은 “의류관리기라는 제품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제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 측은 실험을 근거로 “자사제품인 에어드레서에서는 물고임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밝히면서 LG전자의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던졌다. 이에 LG전자 측은 “상식과 상도를 넘어선 범법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사진=LG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온라인커뮤니티)
(사진=LG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온라인커뮤니티)
2016년에는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유해성 물질인 ‘옥타이리소시아콜론’(OIT)이 검출돼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는데, LG전자 측은 초기에는 “3M의 특정 필터(초미세 먼지 필터)에서 극소량의 OIT 성분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해당 필터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OIT가 포함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커져 판매를 중지한 바 있다.

앞서 2009년에는 풀터치폰 ‘쿠키’(모델명 LG-KU9100) 결함이 생겨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LG전자 측은 오류를 인정했다. 당시 피해 소비자는 한 언론에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 회사가 이런 오류조차 모르고 팔았다니 말이 되느냐”고 항의를 쏟아냈다. 하지만 쿠키폰에 오류가 있었던 사실을 공지조차 하도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다 또 비난에 휩싸였다.

◇ 픔질 문제가 발생할수록 줄어드는 연구개발비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면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 왜 이런 품질 문제가 발생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구개발비용으로 투자하는 비율이 매년 매출액 대비 4~10%로, 금액으로 따지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을 쏟아 붓고 있었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1~3%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매출액 대비 2.9%, 올해 1분기에는 2.4%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연구개발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2009년 풀터치폰 쿠키 제품에 결함이 생긴 2009년 LG전자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로 투자한 비율은 전년보다 0.3%포인트 줄인 6.2%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더 축소한 4.45%를 연구개발비용으로 지출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꾸준히 늘렸다. 해당기간 각각 매출액 대비 지출한 연구개발비율은 5.13%, 5.74%, 6.10%, 6.7%, 7.0%를 나타냈다. 그러다가 2016년 공기청정기 필터에 문제가 생긴 이듬해인 2017년에는 6.6%로 줄였다.

2018~2019년 역시도 각 6.5%로 또 줄었다. 특히 2019년에는 의료건조기에 악취·곰팡이 논란이 일었던 해다. 게다가 올해 초에는 CES에서 혁신상까지 수상한 LG전자의 자랑 트롬 스타일러에서 제품 결함 논란도 일었지만 올해 1분기 연구개발 비율은 전년 7.4%에서 6.3%로 대폭 삭감된다. 금액으로도 1조 931억원에서 9440억원으로 감소했다.

LG전자는 국내의 서초, 양재, 가산, 인천, 창원, 마곡 등의 R&D 조직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 등지의 해외 연구개발 조직과 협력체계를 통해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거대 연구조직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으며, 최종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각종 상황에서 수많은 실험과정을 거쳤는데도 끊임없이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미스터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한편 LG전자는 정부로부터 매년 수십억원대의 연구개발비용을 받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혈세로 지출되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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