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0(토)

당국자들 수습에도 "내 말 진짜" 거듭 강조
반대파에 "내가 미쳤다면 네가 대통령했겠지"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용한 마스크를 휘발유로 소독하라고 제안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은 지난 30일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대책 회의에서 발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모습.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용한 마스크를 휘발유로 소독하라고 제안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은 지난 30일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대책 회의에서 발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칙을 위반하면 '사살'도 감행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펼치고 있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엔 황당한 제안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한 번 사용한 마스크를 '휘발유'를 사용해 세탁하라는 것.

BBC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31일 "내가 말한 것은 사실이다. 당장 주유소에 가라"며 이같이 발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휘발유 소독'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주에도 천 마스크를 휘발유로 세탁하라고 제안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국자들은 즉각 나서 이를 바로 잡으며 "대통령의 농담"이라고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천 마스크는 비누를 사용해 잘 세탁하고, 수술용 마스트는 사용 후 교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다시 "날 반대하는 이들은 '두테르테가 미쳤다'고 말한다"며 "만약에 내가 미쳤으면 당신들이 대통령이 됐을 거다, 내가 아니라"라고 윽박질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휘발유로 마스크를 세탁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이 옳다고 거듭 강조하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알코올 사용이 힘들다면, 주유소에 가서 이를 사용해 소독하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농담이 아니다. 농담을 하는 게 아니다"며 "여러분들은 정말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체포하라고 명령하는 등 강경한 대처로 지난 코로나19 사태 동안 시민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 5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고 답한 이들은 72%를 기록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일일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30일 신규 확진자 수는 395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시간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31일 기준 필리핀의 누적 확진자는 8만9374명으로 세계 26위다. 다만 사망자는 1983명으로 치사율(2.2%)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노인과 어린이 등 사회 약자들의 이동 제한을 8월 중순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