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3.29(금)

KT, KT서비스 정규직 직원에 직접 업무지시 혐의
KT, 계열사 통한 간접고용형태…“직접고용 해야”
노동청 1년 8개월 동안 결과내지 않아
노동청 KTcs 조사없다가…검찰 무혐의 판정
강은미, “검찰기소는 노동권과 노사관계 왜곡”

(사진=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1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서비스 불법파견 사건 조사를 실시해 온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1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서비스 불법파견 사건 조사를 실시해 온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비욘드포스트 강기성 기자] KT서비스 ‘불법파견’ 진정사건 조사가 기약없이 마냥 제자리다. 노동부는 1년 8개월 간 조사를 실시하고도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시간끌기가 노조의 힘을 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1년 8개월째 KT의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시정 명령을 요구했다.

앞서 KT서비스 노동자는 지난해 2월 KT와 KT서비스 북부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불법파견 진정을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접수했다. KT상품 판매영업, KT상품수리·설치업무, KT 정보보호 강화 프로그램 공유, KT 회장의 여름철 안전보건 예방 지시 등 KT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KT서비스에서 수행했다는 내용이다. 본래 KT서비스는 KT의 인터넷·TV를 설치·수리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 KT새노조는 “KT의 업무를 계열사 혹은 아웃소싱이라는 경영기법을 통해 KT서비스 정규직 직원들을 부리는 ‘간접고용’에 해당한다”며 “KT에 만연한 불법 파견을 끝내고 KT파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서비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서부지청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진정을 넣은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담당 감독관은 검찰 지휘를 받겠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2018년 고용노동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불법파견 의심 사업장에 대한 수시감독 실시, 위반사업장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시정지시 등 적극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감독은 없었고, 공식 접수된 진정사건마저 작년 2월 이후 결론을 내지 않은 채 검찰로 넘긴 것이다. 서부지청의 업무해태와 책임전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강은미 의원은 지난 8월 “노동부가 독립적인 근로감독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면서 “검찰 기소에 의지하는 지침은 독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저버리고 노동권과 노사관계를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KT에 대한 수사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KTcs 사례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 KTcs 직원 불법파견 의혹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힘이 빠져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즉, ‘고사’ 시키는 ‘꼼수’라는 해석이다.

지난 2018년 12월 KT새노조는 KT의 KTcs 불법파견 혐의로 KT와 하이마트를 고용노동부에 고발 조치했다. KT새노조 KTcs지회에 따르면 KT는 KTcs 노동자들에게 KT의 업무인 재고 이관, 판촉물 배달 등을 시키고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직접적인 실적 압박을 하고 있었다. 또한 하이마트 역시 KTcs 노동자들에게 매장 청소, 물품 정리 등을 지시하고 마트 운영 시간에 맞춰 초과근무를 시키고 타 통신사의 상품을 판매하도록 강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KT가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겉으로는 도급 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KTcs직원에 직접 지시했다면서 증거를 통해 정황을 조목조목 드러냈다.

노조가 노동청에 고발한 뒤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KT새노조 KTcs지회에 따르면 지회는 전국 단위로 불법파견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 달라는 대전지방노동청의 요청에 따라 보충자료를 제출했다. 상당수가 수도권쪽 지사에서 수집된 자료였는데 대전지방노동청은 수도권 실태조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기준 대전지방노동청은 고발 이후 9개월 동안 대전지역 내 영업점에서만 실태조사를 두 번 진행했다. 작년 국감에서도 문제제기가 됐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노조 관계자는 “국감 당시 장관이 직접적으로 지시하겠다고 하더니 아무것도 된 것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후 노동부는 이를 검찰에 넘겼고, 혐의없음으로 지난 4월 1심이 종결된 상태다.

KTcs 노조 관계자는 “검찰 조사진행 중 일때는 KT 측도 쉬쉬하는, 분위기였으나, 1심 판결이 나니까 대놓고 더 압박하는 모양새”라면서 “KT서비스와 같이 다시 싸워보고자 추가 제소하려해도 대부분의 자료가 다 혐의없음의 증거로 결론이 나 패할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직원들이 지쳐 거의 퇴사한 상황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KT새노조 자문노무사인 박사영 노무사는 “KT서비스의 경우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게 되면 직원수가 많아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노동청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노동청이 지지부진 시간을 끌면서 타이밍을 잰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동청이 결정을 연기하면서 노조 조직력은 약화하고 진정인들은 나쁜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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