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3.29(금)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양시 일산서구 하이파크시티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양시 일산서구 하이파크시티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아니, 이제 겨우 조금 오르나 싶은데 찬물을 끼얹어도 정도가 있지…”

12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길거리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최근 집값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얘기가 나오자 “됐고 그냥 동네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이던 중 “수도권에 5억원 이하 아파트가 있다.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김 장관이 사는 일산 하이파크시티에서는 이번 발언으로 인해 ‘하이파크시티를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결국 하이파크시티 주민연합회 명의로 규탄 성명까지 나온 상황이다.

실제로 며칠사이 인근 부동산에는 “정말 그 가격대 맞느냐”며 문의전화가 잇달았지만, 알려진 것과 다른 거래 상황에 실제 매입 의사를 밝힌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요자 입장에서 집값이 오른다고 해야 관심이 생기는데 그런 말을 하면 누가 관심이 생기겠냐”며 “이제 좀 오르는데 부동산이나 주민들 입장에서도 마이너스가 되는 얘기”라고 성토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없는 상태지만, 주민들 중에는 "아파트 이미지만 나빠졌다"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40대 입주민은 “아직 원분양가도 회복 못한 상태에서 남의 속도 모르고 너무한 것 아니냐”며 “왜 자꾸 가만히 있는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인상을 구겼다.

다른 60대 입주민도 “여기는 교통 빼고는 흠 잡을 곳 없어 거주자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라며 “국회의원 때 공약으로 내건 3호선 연장만 해결하면 되는데 왜 계속 민폐를 끼치는지…”라고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로 주민들은 김 장관의 발언보다 지난해 3기 신도시 발표 후 폭락했던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지역에 피해를 주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 반발하는 분위기였다.

하이파크시티 주민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3기 신도시 발표 후 할인 분양가 이하까지 떨어졌다가 이번 6·17 부동산대책 이후에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저렴한 아파트가 됐다”며 “주민들이 김 장관의 발언을 규탄하는 세대 현수막을 게첨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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