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20.11.3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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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노동자를 혹사시키지 마라!”고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지 벌써 반세기가 흘러갔지만 택배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수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한국사회의 암울한 노동현실은 여전히 한숨과 한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전태일 3법(「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지금도 입법과정이 진행 중이거나 대체법안(생명안전기본법)이 발의되고 있고, 국민청원(김용균재단) 역시 올라오고 있을 뿐 여전히 이 시대에도 또 다른 전태일 들이 더 나은 노동인권 쟁취를 위한 투쟁의 역사로 계속 진행 중에 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를 개정하여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하자는 것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를 개정하여 택배기사·대리운전기사·보험판매원·플랫폼 노동자 등도 노조활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하청·간접고용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여 사망 사고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자에게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해 사용자로서의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현장노동자들의 애환과 고통 그리고 아픔과 눈물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탓일 게다. 노사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대립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별적으로 따로 존재할 수도 없다. 확실히 ‘전태일 3법’은 노동자의 편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사용자 측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사측부담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아픔은 노측에도 마찬가지다. 컬럼비아대학교 ‘존 C. 머터(JOHN C. MUTTER)’ 교수는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에서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라는 부제로 재난의 불평등을 강조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10월 20일 제53회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재난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오고, 더욱 가혹하기 마련"이라며, 택배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대면노동 비정규직 여성, 소외계층 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고용노동부에서 2020년 4월 27일 안전보건공단을 통해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보면 총 근로자 수 18,725,160명 중 재해자수는 109,242명이고, 사고 재해자수는 94,047명이며, 사고 사망자는 855명으로 사고 사망만인율(근로자 10,000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은 0.46 º/ooo이나 된다. 사고 사망은 업종별로는 건설업(428명, 50.1%)이 가장 많고, 발생형태는 떨어짐(347명, 40.6%)이 가장 많았으며,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359명, 42.0%)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였다. 무엇보다도 5인 미만 사업장 총 근로자 2,996,744명 중 재해자수는 34,522명이고, 사고 재해자수는 31,871명이며, 사고 사망자는 301명으로 사고 사망만인율은 1.00 º/ooo이나 된다.

KBS가 최근 9년간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8,057건을 분석했는데, “중재대해가 2번 이상 반복된 사업장은 279곳, 3번 이상 반복된 곳은 60곳이었고, 2018,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1심 판결문 가운데 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67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업체 대표‧현장 소장 등 법인을 제외한 피고인 1,065명 가운데 21명만 집행유예 없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피고인의 절반가량인 49.5%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평균 벌금 액수는 485만 원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느 택배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20년 상반기에 500억 원이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택배 노동자의 몫인 건당 배달수수료는 25년째 750원에 머물러있는 참담한 모순을 바꿔 보자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다. 또한 어두컴컴한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일하다 끼여 죽임을 당하는 야만적 재난만은 제발 멈추게 하자는 눈물 가득한 외침이자 간절한 울부짖음이다.

‘전태일 3법’은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나 기업 때리기를 위한 개악(改惡)만은 결코 아니다. 같은 작업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노동자들이 계속 죽는다면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들지 않은 사업주가 최종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자 도리이며, 매일 2.34명씩 죽어 나가는데도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현실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데도 우산 밖에서 장시간·저임금에 시달리는 90%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지키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소박한 소망이자 무거운 소명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눈치보고 저울질하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할 때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가치가 먹고 살거나 더 잘사는 데 그치겠지만 ‘안전’은 죽고 사는 생사의 문제임을 각별 유념하고 더 이상 산업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노동자가 없어야 할 것이다. ‘노동에 쏟는 정성이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라는 신념으로 ‘노동을 존중하는 경영! 경영을 이해하는 노동!’의 상생과 공존의 노사문화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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