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5(목)

경연으로 리부팅, 유행 따른 쏠림 심해
무명 가수 부활·신곡 발굴 바늘 구멍

 '놀면 뭐하니?' 겨울노래 구출작전. 2021.01.06. (사진 = MBC TV 캡처)
'놀면 뭐하니?' 겨울노래 구출작전. 2021.01.06. (사진 = MBC TV 캡처)
<뉴시스> 김범수 '보고 싶다', 윤종신 '좋니', 이문세 '그대와 영원히'…. 최근 MBC TV '놀면 뭐하니?'의 '겨울노래 구출작전' 프로젝트로 재조명된 옛 노래들이다. 그런데 두말할 필요 없이 시대를 빛낸 명곡들이다.

최근 대중음악계에는 '신곡 구출작전' 명령이 떨어졌다. '놀면 뭐하니?'가 구출한 음악들은 지금은 덜 불려도, 이미 많이 불렸고 여전히 회자되는 곡들이다.

하지만 요즘 신곡의 상당수는 실시간 음원차트에 하루 이틀 반짝할 뿐, 금세 사라진다. 인기곡은 있지만, 히트곡은 없는 시대다.

작년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인기곡 '다이너마이트', 틱톡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지코의 '아무 노래', 강한 중독성을 뽐내는 오마이걸의 '돌핀',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나훈아의 '테스형!' 같은 화제곡은 물론 있다. '쇼미더머니9'은 경연곡 'VVS'를 음원차트 1위에 올리며 '국힙'(국내 힙합)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런데 과거 '가요톱텐'처럼 5주 연속 등 장기간 1위를 차지하고 '골든 컵'을 들어올렸던 곡들처럼, 장기간 전국민적으로 히트하는 곡은 드물다.

예능·경연으로 리부팅되는 명곡들

사실 과거처럼 대히트곡이 나오기 힘든 시대다. 좋은 멜로디는 선배 가수, 작곡가들이 이미 다 써버렸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각자 취향을 반영한 곡들도 수없이 쏟아진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는 특정 시대의 유행이 아닌, 대중문화의 한 장르처럼 자리잡았다. 장기간 불황에 코로나19까지 겹쳐지면서 이전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놀면 뭐하니?'의 '겨울노래 구출작전'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는 이런 점을 정확하게 겨냥한다. 좋았던 시절의 히트곡을 다시 되새기면서 위로 받고 따듯함을 떠올리는 것.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작년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환불원정대'는 신곡을 선보였지만, 과거에 큰 인기를 누린 스타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였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명곡 리부팅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JTBC '싱어게인', 엠넷 '포커스' 등 아이돌이 아닌 가창력과 개성은 갖추고 있지만, 비교적 덜 유명한 가수들이 잘 알려진 곡들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싱어게인'에서는 임재범의 '비상', 들국화의 '제발' 등이 재조명됐다. 포커스에서는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 빛과 소금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등이 주목 받았다.

이미 MBC TV '복면가왕',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기존에 잘 알려진 곡들을 다른 가수들이 재해석하는 무대는 참고 넘친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TV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는 아예 우리 대중음악의 아카이빙을 표방하고 나섰다.

무명에게는 더 좁아지는 활동 통로…젊은 청자에게는 신곡

하지만 한편에서는 과거의 곡을 재해석하는 흐름으로만 쏠릴까 우려하고 있다.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 때 다소 쉬운 선택인 데다가, 결과론적으로는 무명 가수들의 활동 통로를 더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무명 가수들은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쌓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발표한 자신의 곡이 아닌, 잘 알려진 다른 가수의 곡을 불러야 한다. 오히려 자신의 곡을 부를 기회는 줄어든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알려진 무명 가수의 기존 곡을 찾아듣는 선순환도 생기지만, 그걸 지속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디업계 관계자는 "오디션으로 주목 받았던 인디 가수가 축제나 공연, 방송 등에 초대되면 자신의 곡보다 오디션에 불렀던 곡들을 메인으로 불러주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무명 가수들을 발굴하자는 최근 경연 프로그램의 취지와 기획의도는 좋고 감사도 하지만, 가수 자체를 조망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기존 명곡들이 음악계 스펙트럼을 넓혀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이돌 음악에 편중돼 듣는 젊은 청중들에게는 기존에 발표된 곡도 새로운 곡이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조화다. 명곡이 꾸준히 재조명되는 동시에 새로우면서도 오래 조망할 수 있는 신곡을 발굴하고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공백을 가진 가수의 음반을 만들고 있는 제작자는 "한국 대중음악계는 유행에 따른 쏠림이 심한 편"이라면서 "무명 가수 부활 프로젝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왕 호응을 얻은 김에, 이 프로그램 출신들이 발표할 신곡도 크게 반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