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3(화)

잇따른 폭로속 법정대응 강력 조치
이미지 타격...자체 조사·인성교육 강화 추진

현아. (사진 = 피네이션 제공)
현아. (사진 = 피네이션 제공)
<뉴시스> 스포츠계에서 촉발된 '학교폭력'(학폭) 의혹 제기가 연예계에서 무차별 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다.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날 원더걸스·포미닛 출신 현아를 비롯해 몬스타엑스 기현, 이달의소녀 츄, 스트레이키즈 현진, 에버글로우 아샤, 더보이즈 선우를 향한 '학폭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날에만 학폭 주장에 연루된 아이돌이 6명이다. 전날 '(여자)아이들' 수진, 세븐틴 민규 등까지 합치면 이틀 동안 아이돌 10여명이 학폭 의혹과 관련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아이돌 중에서 온라인에 제기된 학폭 주장을 인정한 이들은 없다. 각 소속사들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아이돌 기획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학폭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아이돌이 한류 대표 주자가 되면서 아이돌 그룹은 '선한 영향력'의 상징이 됐다. 그러니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아이돌로서 가치는 급격히 떨어진다.

몇몇 아이돌 기획사들은 학폭과 관련 자체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우리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있었던 친구들은 관리를 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비교적 나이가 들어 회사에 합류한 친구들도 믿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함께 과거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이돌은 물론 급부상 중인 젊은 배우들에 대한 학폭 의혹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배우 조병규, 드라마 '인간수업'의 배우 김동희,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의 박혜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최근 들어 급부상하며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의혹 제기가 폭로 대상이 인기 정점에 있을 때 터져나와, 학폭 의혹에 대해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폭로를 제기한 이들의 주장에 부러움, 시기 등 다른 감정이 섞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 조사 등을 통해 실제 가해 여부가 밝혀지기 전까지 '중립 기어'를 넣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한편에서는 실제 어릴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한 아이돌과 배우를 향한 학폭 제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대로 학교 다닐 시간도 없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수만 개인데 굳이 불미스런 일을 만들겠냐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에 몸 담은 현아도 이날 소셜 미디어에 "저는 8세부터 아역 보조출연 시작으로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소속사 연습생 시절을 가수의 꿈을 키우며 지내다 보니 학창 시절이 저에게는 너무도 아쉽다"며 학폭과 관련 없음을 강조했다.

연예계 한편에서는 무차별 폭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학폭과 관련 주장이 잘못된 사실이거나, 루머일 경우에도 소속사가 이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일수록 사안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현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면서도 "문제가 된 시점에 현진이 재학했던 학교 및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청취 중이다. 허락한다면 게시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업무량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경우에 한 직원이 떠맡아야 하는 업무량이 많다"면서 "그 가운데 과거의 친구,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데도 상당한 수고가 든다. 실제 피해자가 맞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지만, 악의적인 루머인 경우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가수·배우를 불문한 소속사들이 법무팀과 루머 유포자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벼르는 이유다. 3년 전 악플러를 선처했을 때 시달렸던 루머에 다시 시달리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김소혜 측은 이번에 접수한 고소 건에 대해서는 "절대 선처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일부 아이돌들과 배우들은 '자기 검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혹시나 과거에 자신이 인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거나, 학교 친구로부터 미움을 산 것은 없는지 돌아보느라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계 관계자는 "한 아이돌은 자기가 어릴 때 잘못한 건 없는지 친구들에게 묻고 다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몇몇 아이돌 기획사는 진행 중인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다시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습생 발탁 과정에서 검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축에 고심하고 있다. 배우 기획사들 역시 영입 과정에서 '인성 검증' 항목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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