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19(금)
여객과 물류의 중심 항공기는 수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사진=pixabay]
여객과 물류의 중심 항공기는 수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사진=pixabay]
[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항공기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친환경 연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객 및 운송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사들은 오염물질 배출이 가장 많다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체 연료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SAF는?
항공유를 대신할 친환경 연료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라고 총칭한다.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다. 원료에 따라 다르지만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50~80% 줄일 수 있다.

그간 항공유를 사용해온 항공업계는 비행기의 탄소배출량이 철도나 트럭, 선박 등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탈탄소화가 빨리 시작된 유럽을 중심으로 비행기 이용을 꺼리는 일명 ‘플라이트 셰임(비행수치)’ 운동이 확산되면서 탄소중립 실현이 항공 운송 및 여객 업체들의 숙제로 떠올랐다.

네덜란드 국적 비행사 KLM은 2009년 SAF를 활용한 첫 테스트 비행을 치렀다. 이후 많은 항공사들이 SAF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약 10년이 지난 현재 SAF는 ‘플라이트 셰임’이라는 낙인을 항공업계로부터 지워줄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했다.

SAF는 식물이나 벌레, 폐식용유나 도시에서 배출되는 각종 쓰레기 등 온갖 것이 재료가 된다. 전기분해해 만든 일산화탄소에 수소를 혼합해 생성하는 합성가스에서 기름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항공기를 안정적으로 띄울 SAF를 완성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다양한 국가, 업체들이 최적화된 SAF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쏟아 붓는 실정이다.

■SAF, 어디까지 왔나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해 12월 SAF를 사용한 첫 상업 운항에 성공, 경쟁사들을 긴장시켰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항공사업 부문 GE에비에이션과 SAF 공동 실험에 나선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 115명을 태운 보잉 737여객기의 엔진 한쪽에는 일반 항공유, 다른 한 쪽에는 SAF를 채우고 비행을 마쳤다.

GE에비에이션은 다양한 SAF를 실제 항공기 엔진에 적용하는 테스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실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유나이티드 항공은 올해는 완전 SAF만 사용한 상업 비행에 도전한다. 미국 보잉 역시 조만간 SAF로 움직이는 엔진 항공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도 SFA 도입에 열심이다. 유글레나, 즉 연두벌레를 활용한 SAF가 지난해 6월 혼다 제트기에 사용돼 관심을 모았다. 닛키홀딩스와 코스모석유 등 업체들은 폐식용유를 원료로 하는 SAF를 2025년까지 양산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이다. 미세 조류, 식물체(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SAF를 만들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식물이나 음식물·플라스틱 쓰레기 등에서 뽑아내는 바이오연료는 항공유를 대체할 희망으로 꼽힌다. [사진=pixabay]
식물이나 음식물·플라스틱 쓰레기 등에서 뽑아내는 바이오연료는 항공유를 대체할 희망으로 꼽힌다. [사진=pixabay]
■왜 SAF인가
항공 업계에서는 전기나 수소 연료로 뜨는 비행기 개발도 진행 중이지만 실현까지는 벽이 높은 상황이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SAF가 전기나 수소보다 훨씬 싸고 실용성도 뛰어나다는 판단은 이미 나왔다.

실제로 전기나 수소로 대형 항공기를 띄우기 건 결코 만만치 않다.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된 터라 전기 비행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100명 넘는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를 대륙 간 이동시키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배터리가 필요하다. 비행기 몸집이 커지고 무거워질 뿐 아니라 막대한 전기를 얻기 위해 배터리를 충전하다 보면 탄소 중립의 의미가 사라져버린다. 업계 입장에서는 당장 큰 폭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SAF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더딘 양산화
SAF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지만 생산량이 적은 점이 문제다. 세계 항공연료 수요에 비해 SAF 제조량은 1% 미만으로 평가된다. 당장 쓸 수 있는 SAF를 뽑아낼 수 있는 업체도 핀란드의 네스테 등 극히 한정돼 있다.

표준화된 SAF가 탄생하기까지 현재로서는 각국의 경쟁적인 연구개발에 의존해야 한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각국 정부가 SAF가 절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친환경 에너지보다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기 때문에 2025~2030년에는 표준화된 SAF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AF 시장은 오는 2050년 아시아권에만 약 2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처럼 매장량이 많은 국가가 이익을 독점하던 기존 에너지원과 달리 SAF는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 만들어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국산 SAF의 공급 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각국 정부들은 앞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2030년경 대부분의 국가들이 항공사가 사용하는 연료의 10%를 SAF로 대체하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어서 관련 시장은 향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zaragd@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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