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4(수)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록키산맥의 광활한 대지에 고인을 매장하는 '자연장'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Rocky Mountain PB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Colorado’s 'green cemetery' helps people return to the earth once they’ve passed' 캡처]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록키산맥의 광활한 대지에 고인을 매장하는 '자연장'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Rocky Mountain PB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Colorado’s 'green cemetery' helps people return to the earth once they’ve passed' 캡처]
[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건 죽으면 누구나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최근 자연 친화적 장례가 시선을 받는 분위기인데, 진짜 자연으로 회귀하는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재현한 장례가 미국에서 유행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정부는 현재 로키산맥 기슭에 묻힐 기회를 제공하는 ‘자연장(green cemetery)’을 1년째 시행 중이다. 화장에서 비롯되는 막대한 에너지 낭비와 오염물질 배출을 막기 위해 콜로라도는 주정부 차원에서 자연장을 적극 추천한다.

이 장례는 콜로라도 대초원에 고인의 시신을 묻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따로 비석을 세우지도, 푯말을 박을 필요도 없다. 주정부는 묘지로 쓸 구획 전체를 녹색 묘지로 조성하는데, 굳이 펜스를 치거나 표시를 하지 않는다.

주정부 관계자는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콜로라도 주에서 과거 목장으로 사용되던 광활한 땅이 현재 녹색 묘지로 사용되고 있다”며 “매장 보호구역으로 정해진 곳은 누구나 자연장을 선택해 묻힐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의 자연장이 일반 매장과 다른 것은 뭘까. 녹색묘지에는 기존 매장에 사용되는 일반 관이나 방부제가 묻히지 않는다. 시신을 흙 속에 온전히 묻거나 생분해성 천 또는 나무 상자에 넣어 매장한다. 천이나 상자는 시신과 함께 생분해돼 그대로 흙의 일부가 된다.

주정부 관계자는 “푸르른 초원에는 들꽃과 나무가 자라고 사슴과 새 등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며 “사람은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돼 간다. 지구에서 태어난 것은 지구로 돌아간다는 대원칙에 따른 장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콜로라도의 자연장이 매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장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침입종 관리와 생물 다양성 촉진, 야생생물 서식지 확대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환경 전문가는 “현재의 장례는 친환경성을 강조한 빙장이나 퇴비장, 수장 등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장례가 미래 세대와 지구를 생각하는 추세인 동시에,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 역시 친환경적으로 바뀌는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이나 북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친환경 장례 도입이 활발하다. 뉴욕주는 지난 3일 고인의 퇴비화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주지사가 서명할 경우 3개월 내에 뉴욕에서 퇴비장이 합법으로 치러진다. 워싱턴과 오리건 등 다른 주들도 속속 퇴비장 같은 친환경 장례를 도입할 계획이다.

스웨덴의 경우 빙장과 수장에 적극적이다. 시신을 얼리거나 용해해 처리하는 이 장례는 당초 유족의 거부감이 심했으나 현재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zaragd@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