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3.19(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넷플릭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넷플릭스]
[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장안의 화제다. 배우 박은빈이 연기하는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지만 천재적 두뇌를 가져 압도적인 성적으로 변호사가 된다. 매사 엉뚱하고 말도 어눌한 그는 사이다 같은 반전 발언과 재판을 뒤집는 판단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자폐에 관한 일반의 관심까지 커졌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자폐에 대해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한다. 자폐증 환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빨리 사망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뇌 발달이나 성장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상이 원인이다. 뇌의 어느 부위에 병변이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발현된다. 일부는 우영우처럼 천재적 능력을 갖기도 하는데, 대부분 자폐증은 불행하게도 지적장애가 따라붙는다.

증상이 다양한 자폐지만 대개 공통적으로 시선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영우가 낯선 사람들과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폐는 감각 처리 기능 이상으로 정보 입수의 대부분을 시각이 처리한다. 자폐인이 눈을 똑바로 마주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태양을 맨눈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 공통적 특징은 높은 사망률, 즉 짧은 평균수명이다. 최근 영국 정신의학저널에 따르면 학습장애를 동반한 자폐 스펙트럼 성인들의 평균 수명은 신경학적 결손에 의해 정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무려 40배 이상 높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의 자살률 또한 높다. 학습장애가 없는 자폐 성인의 경우 자살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 대비 최대 9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대학교들이 공동 연구한 자료를 보면 자폐 스펙트럼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그 원인으로는 자폐인들이 노출되는 다양한 스트레스가 꼽힌다. 자폐증과 발달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흔히 왕따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는 불안장애 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집단생활이 어려운 자폐 스펙트럼 환자들에게 이런 환경은 자살을 생각할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자폐증 환자들이 일상에서 사소한 어려움을 겪어도 큰 불안에 빠진다는 연구 결과는 얼마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자폐 스펙트럼 환자들의 평균 수명은 54세다. 자폐증과 학습장애를 동반한 성인은 일반 성인 대비 30년 가까이 일찍 사망하는 통계(평균 연령 39.5세)도 있다. 학습장애가 없는 자폐의 경우 평균 수명은 58세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자폐증 환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전체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은 않은 점도 지적한다. 자폐가 심장병이나 위장병 등과 관련됐다는 논문도 있다. 약속이나 야외활동 등 일반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이 자폐인들에게는 큰 숙제이고 스트레스인 만큼 관심과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자폐인들은 각종 사고를 당할 확률 역시 일반인보다 크게 높다. 가장 많은 것이 익사나 질식이며, 이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에 비해 40배나 높다. 때문에 자폐 연구가 활발한 국가들은 자폐아들이 물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교육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이야기가 생소하고 신기한 우리 사회가 호기심이 아닌 질병으로서 자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zaragd@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