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3.29(금)

수원시민단체와 민주노총 수원용인오산화성지부 공동으로 진행
이종구·정수자 시인 추모시 낭독속 “다음 세상에선 부잣집에서 태어나라...”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추모제 단독 현장 중계)
‘수원세모녀 시민추모제’ 27일 오후 7시 수원역 문화광장서 열려


수원세모녀 시민추모제가 27일 오후 7시 수원역 문화광장(수원역 7번출구)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수원4.16연대,민주노총 수원용인오산화성지부가 공동으로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박영철 수원시민협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정종훈 상임대표가 개식사를 했다.

이어 국민의례로 묵상을 한뒤 문은정 수원시민협 운영위원장의 경과보고에서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수원세모녀가 “다음 세상에서는 부잣집에서 태어나라”고 울먹이며 외치기도 했다.

‘수원세모녀 시민추모제’ 27일 오후 7시 수원역 문화광장서 열려


이종구 시인은 ‘미안합니다’라는 시를 낭송했다.

추모시 ‘미안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희망을 망가뜨리는 세포,지독한 병마와 싸우느라

가난이라는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장애라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인생의 가파른 길 오르느라 빈곤함에 쪼들리는 죄를 짓게되엇습니다

그 죄가 생사를 가르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왜 하늘을 보지 않았냐구요?

세평짜리 절망의 방에 장애와 병마와 함께 유치되어 가난해징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바람이 가끔 문밖을 불어갔지만 비를 머금은 먹구름 뿐이었고

눈물도 없이 세찬 비만 여름내내 조마한 가슴을 적셨습니다

한번도 가난해 본 적 없는 세상처럼

거리에 불빛이 요란하지만

그곳에는 나의 어린 가난과 장애가 쉴 둥지가 없었습니다

장애와 병마와 가난이라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하늘로 가게돼

정말 미안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 절망의 유치장에서 해방되어 파란 하늘을

보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장애와 질병으로 가난해진 사람이 죄인으로 내팽겨쳐지지

않는 세상이길 바랍니다, 제발이요 .

이어 정수자 시인의 ‘입 없는 입증’이라는 제목의 시가 낭송됐다.

추모시 ‘입 없는 입증 ’

가난의 입증에도 필수서류 너무 많고

구차한 손발 접고 이불을 끌어 덮고

고요히 입을 잠그다 진 잠에 들었던지

그 죽음을 적어 든 노숙 아들 팻말에

뒤늦게 냄새 물고 달라붙던 파리떼도

화들짝 반사 후에는 흐지부지 다반사라

아들은 또 어찌됐나 어설피 뒤적이다

동지섣달 소처럼 눈발이나 우물대다

제 발등 불을 더듬는 서푼어치 간서치야

프리랜서 재난에도 입증은 필수라서

서류치 수행으로 아 그냥 견디라니

한 번씩 울어나 볼까 아침은 오나 마나

‘수원세모녀 시민추모제’ 27일 오후 7시 수원역 문화광장서 열려


한 참석자는 촛불을 들고 눈물을 닦으며 “저승에서나 편안히 지내세요. 다시는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마세요...” 라고 흐느꼈다.

대한성공회 수원나눔의집 정일용 신부의 추모사에 이어 참석자들이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하고 마쳤다. 빈소에 3일동안 눈도장을 찍었던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은 추모제에 한명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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