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0(토)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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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2020년 이후 신규상장기업, 제약 및 바이오 적자기업이 중심이 되어 주주환원을 명분으로 대거 무상증자가 발표된다. 이 시기 상당수 무상증자 기업의 주가는 무상증자 공시 직후 급등하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은 ‘무상증자 테마주 현상과 정보거래자 역할’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무상증자가 과거 무상증자에 비해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무상증자의 명분으로 내세운 주주환원 정책은 근거가 있는지, 투자자 유형별 반응은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9년 상장 1년 이하 기업의 무상증자 비중은 13.6%, 2020~2022년 7월 15.6%로 늘어났다. 2022년만 볼 때 23.1%다. 보고서는 “신규상장기업은 상장 이후 저조한 주가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내세워 무상증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규상장기업의 무상증자는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거 무상증자에 비해 과도한 신주배정수를 설정하고 있어 단기성 주가부양 목적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일부 무상증자 기업 주요 주주들의 매매행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가장 큰 무상증자 공시일과 다음날 주요 주주의 주식 매매를 분석해보면 대주주 또는 임직원의 자기회사 주식의 매도 사례는 비록 소수이나 202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또 2019년까지 1건에 불과했던 투자조합의 무상증자 공시일과 다음날 주식 매도가 2020년부터 증가하여 2022년에는 5건에 이르고 있어 무상증자가 투자조합의 투자회수 기회로 활용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내부자와 투자조합의 공시 직후 주식매도는 개인투자자에 비해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내부자와 주요 주주들이 무상증자 공시로 개인투자자의 매수가 집중되는 시기를 이용한 기회주의적 행태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무상증자 공시에 따른 투자자별 대응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일변도와 달리 기관투자자는 지속적으로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국인투자자는 공시일에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나 그 후에는 순매수로 전환하여 권리락일의 개인투자자 대량 매수에 매도로 대응하는 유연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상장기업의 무상증자 증가 현상은 그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유동성 제고나 기업가치에 대한 긍정 신호 전달 등 전통적 무상증자 원인에서 벗어나 있으며 일부 기업들이 주장하는 주주환원과도 거리가 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오히려 상당수 무상증자는 개인투자자의 관심 유도를 통한 단기적 주가 부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일의 착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주배정수를 급격히 올리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남 연구위원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무상증자 과열은 기업 경영상의 합리적 결정보다는 개인투자자의 유입을 목적으로 한 무상증자 남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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