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0(토)
국세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세청이 상업용 건물에 대해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증여세를 과세하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최종 확정판결이 아닌 행정법원의 결정이고 대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모르지만 최근 판결이 국세청을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세청은 행정법원의 판결에 항고하겠다는 의견이고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됩니다.

[황지환의 稅톡] 상업용 건물 과세 기준 혼선


상속·증여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 대상이 되는 부동산에 대한 평가는 항상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국세청 및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발표하는 기준시가로 하여야 하는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액은 기준시가액을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납세자는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증여 대상 물건의 평가를 하고자 하고 국세청은 감정평가를 통한 높은 가액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아파트는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상업용 건물에 비해 매매사례가 많고 표준화되어 있어 유사매매사례가로 과세관청이 결정하는 경우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는 판례가 많기 때문에 감정평가액 또는 유사매매사례가로 납세자가 신고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판례는 상속·증여 대상 아파트와 동일한 단지 내의 아파트 중 기준시가가 동일한 아파트의 매매사례가를 시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상증, 대법원2011두12658 , 2011.09.29.) “같은 동에 위치하고 같은 평수, 같은 방향, 바로 윗층, 같은 기준시가로서 면적, 위치, 용도 및 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여 그 거래가액은 매매사례가액에 해당하여 증여 당시 시가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꼬마빌딩 같은 상업용 건물은 유사한 사례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유사한 지역에 있어도 입지가 다양하고 면적 등 너무나 다른 요소들이 많기에 매매사례가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시가보다 낮은 기준시가로 신고하여 절세의 수단으로 생각하여 왔습니다. 이에 국세청은 2020년 1월 ‘상속·증여세 과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시행안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법을 정비합니다.

국세청은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 전체가 감정평가 대상은 아니고 상속·증여된 비주거용 부동산으로서 시가와 신고가액의 차이가 큰 경우 등 과세형평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물건이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인 ‘시가와 신고가액의 차이가 큰 경우’의 구체적 기준에 대해서는 조세회피 목적에 악용돼 공정한 업무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여 왔습니다.

이 부분이 이번에 국세청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감정평가를 통해 과세하는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서울행정법원은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납세자를 다르게 취급해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국세행정에 있어 대원칙은 납세자들에게 예측가능한 행정을 하여야 하고, 과세요건은 명확하여야 하며 그 요건은 법률에 따라야 합니다.

이번 판결의 과세물건은 꼬마빌딩으로 납세자는 기준시가(92억7천만원)로 신고하여 증여세를 26억5천만원 납부하였습니다. 이에 국세청은 감정평가를 통해 시가(155억2천만원)로 평가하고 증여세를 53억5천만원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증여세 추가고지 세액이 27억원에 달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행정법원은 “국세청이 과세목적으로 의뢰한 감정평가액은 시가로 볼수 없다”고 하여 국세청의 감정평가에 따른 증여세 결정을 취소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이번 판별을 통해 혼란은 더욱더 커지고 있습니다. 감정평가를 통해 이미 상속·증여세 신고를 하였던 납세자는 억울하다는 심정일 것이고 경정청구 등을 통한 구제를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 할 것이고, 앞으로 신고할 예정인 납세자는 어떤 기준으로 신고하여야 할지 결정하여야 합니다. 국세청은 항상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국세청에 불리판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면 법령에 구체적 대상과 기준을 마련하여 현재처럼 과세를 할수 있게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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