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씩 있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점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7평 안팎의 좁은 공간에서 간단한 식료품이나 공산품을 파는 곳입니다. 이를테면 아주 작은 수퍼마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게 보통인데 가게(점방) 주인은 동네 집집마다 속사정을 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누리 흥정이 벌어지고 덤을 얹어 주기도 하며, 꼬질꼬질한 낡은 공책에 외상장부를 기록했다가 월급을 타거나 돈이 생기면 한꺼번에 갚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동네 골목마다 존재했습니다. 아주 드물지만 변두리나 지방 소도시 일부지역에선 아직도 볼 수 있습니다.
장사가 좀 되고 거래규모가 커지면서 OO상회나 OO수퍼, 드물게는 OO마켓이라는 간판을 걸고 나름 ‘브랜딩’으로 차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편의점(Convenience Store)이라는 대기업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구멍가게들은 하나 둘 폐업하거나 편의점으로 바꾸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생겨나 일본에서 꽃을 피운 편의점은 한국에서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다가 한때 세븐일레븐 로손 서클K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LG25 AMPM 등 군웅할거 시대를 거쳐 지금은 GS25 CU 세븐일레븐 ‘3강 체제’로 정리됐습니다.
기능과 역할도 다양해져 거의 모든 생활용품과 일상용품을 팔고 있고 도시락이나 컵라면, 냉동식품을 조리해 먹을 수 있으며 빵을 직접 구워 팔거나 군고구마, 심지어 참치회나 홍어회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ATM(현금자동지급기)으로 간단한 은행업무도 처리하고 택배를 맡기거나 찾을 수도 있으며 무인으로 운영하는 점포도 있습니다.
편리한 만큼 편의점 숫자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편의점 업종매출은 성장하는데 대부분 가맹점 형태인 점주의 수익은 줄어드는 한계점에 다다랐습니다. 본사인 대기업과의 불평등한 계약, 포화에 이른 시장 상황, 24시간 영업에 따른 부작용 등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편의점은 앞으로 또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합니다. 사진은 여전히 구멍가게 모습을 간직한 ‘OO수퍼’를 한남동에서 찍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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