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환경에서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예금 대비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인기를 모으며 빠르게 성장하였다. 그 과정에서 은행은 수수료 수입을 거뒀으며, 증권사는 ELS를 통해 유입된 자금을 운용하여 트레이딩 수익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최근 홍콩H지수의 급락으로 인해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ELS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게 되었다. 향후 투자자 보호조치가 강화되고 ELS에 투자하거나 ELS를 판매하려는 유인이 감소함에 따라 당분간 ELS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장근혁 선임연구위원과 권민경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의 ‘최근 ELS 시장환경 변화 및 증권업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다.
ELS를 중심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은 과거 증권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자 수익원 역할을 하였다. 금융위기 이후 파생결합증권 조달을 통해 채권 규모를 확대하면서 증권사는 자기매매 및 투자은행 사업을 수월하게 확장할 수 있었다.
2019년 정점을 보였던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조달 규모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별 증권사는 주어진 여건을 고려하여 사업구조의 조정 및 유동성 관리 등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LS 규모가 감소하면서 ELS 헤지 운용의 위험은 감소하겠지만, 예전처럼 증권사가 이 부문에서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환경에서 ELS는 ‘국민 재테크 수단’이라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려왔다. 예를 들면, 정기예금 금리가 1%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ELS는 연간 3~5%의 비교적 높은 수익을 제공하여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ELS를 통해 이득을 본 것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도 마찬가지였다. 은행은 수수료 수입을 올렸으며, 증권사(발행사)는 ELS를 통해 유입된 자금을 운용하여 트레이딩 수익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2021년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2021년에 발행된 ELS 상품 중 약 40%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은 높았다. 2021년 2월 최고 12,272포인트를 기록했던 지수가 급락하여 3년이 지난 2024년 2월에도 5,000포인트대에 머무르자, 당시 발행했던 ELS 종목들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였다.
향후 ELS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손실 위험이 크게 부각되면서 ELS에 투자하거나, 이를 판매하려는 유인이 감소하였다. 또한 투자자와 판매사 간의 분쟁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금융당국이 ELS에 대한 투자자 보호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 발행된 상품을 보면, 이들 중 상당수는 만기까지 조기상환이 일어나지 않아 최종 상환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만기가 도래한 2024년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였다.
해당 상품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만기가 도래한 상품들에서 실제 손실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조기상환이 일어나지 않음에 따라 은행은 신규 ELS 판매 수입이 줄어들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실 배상금 또한 지불해야 하는 겹악재를 맞게 되었다. 정확한 손실 배상금 규모는 추후에 결정되겠지만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를 대비 하여 2024년 1분기에 쌓은 충당금 규모는 1조 6,550억원에 달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은행의 공모 ELS 선취보수 합계의 추정치가 약 3조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에 쌓은 충당금 규모는 과거 10년치 선취보수 수입의 약 55%에 해당한다.
아울러 홍콩H지수 ELS 사태는 향후 일반투자자의 투자유인을 다소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보고서는 은행의 판매유인과 일반 대중의 투자유인이 모두 감소한 만큼, 앞으로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ELS 시장의 회복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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