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09(월)

한울원자력본부 20대 직원 비극...유서 남기고 떠나

한수원  황주호, 20대  '극단' 선택에 기관장 1호 '중처법' 적용 가능성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근무하는 20대 직원이 유서를 남긴 뒤 사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울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3시쯤 경북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 사택에서 20대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출근하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동료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과 함께 사택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현장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글도 함께 발견됐으며, 타살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직장 동료와 간부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특히 유서에 적힌 내용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것인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자살 사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부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숨진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대우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평소에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 내 일부 간부들이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폭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내부 폭로가 이어지면서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에따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사장이 기관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중처법'에 적용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한수원의 한 직원은 익명게시판에 “(고인이) 규제기관의 갑질과 간부들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공황장애를 호소할 정도로 힘들어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한수원 한울원전 관계자는 “블라인드 내부 글은 사실과 다르다”며 “거론된 간부들 면담 결과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간부들이 심리불안정 상태에 있는 등 2차피해가 심각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2차 가해에 대해서는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사망직원 유족 또한 이번 일과 관련해 언론 접촉 등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이번 20대 직원 사망사건이 주52시간이 넘는 근무시간과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것”이라며 “황주호 한수원 사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한편,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사건의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서의 내용과 직원들이 제기한 괴롭힘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장 동료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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