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0.15(화)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세계의 커피 도시
세계 여러 도시의 특징을 살펴보던 사람이 서울은 ‘커피숍의 도시’라고 부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단위 면적 당 커피숍의 수가 제일 많다는 것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대도시들은 인구 1백만 명 당 커피숍 수가 200개 정도인데 서울은 1400개로 7배나 많습니다.

개별 커피숍의 규모도 서울이 훨씬 크고 요즘 새로 생기는 카페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형태도 LP카페, 펫카페, 북카페, 스터디카페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처음 커피는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서 홍해를 건너 모카항에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래서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는 오늘날 ‘모카커피’라는 이름으로 살아 있습니다. 이후 대제국을 형성했던 오스만제국의 영향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첫 번째로 커피문화가 꽃핀 도시는 비엔나였습니다.

18세기, 커피 위에 크림을 얹어 마시는 아인슈패너(Einspaenner)를 발명한 도시 비엔나는 비엔나커피로 이어져 내려오고 19C 말, 20세기 초에 이르면 파리에 생 제르망데 프레(Saint-Germain-des-Pres)나 카페드 플로어(Café de Flore), 카페 레 되 마고(Café Les Deux Magots)에 철학자, 시인, 예술가들이 모여 종일 죽치고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를 중심으로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사람들이 빠른 시간에 추출한 독한 커피를 후딱 마시는 에스프레소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에스프레소 문화를 미국으로 가져가 거실 같은 공간에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마시면서 벤처사업이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문화를 만든 건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난 스타벅스입니다.

이들 도시 커피숍의 공통점은 사람들 간의 교류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과도 대화하고 토론을 벌이며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 커피숍이었습니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명동과 동숭동을 중심으로 커피숍(당시는 다방)들이 생겨나면서 문화예술이 꽃을 피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동숭동에 있던 시절, 강의실이 모두 24개였는데 학림다방은 ‘제 25강의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울대 학생들이 모이는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던 커피숍에 이제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모여도 대화하지 않고 각자 휴대폰을 보거나 노트북, 태블릿PC에 몰두합니다. 심지어 주문할 때도 말이 필요 없는 곳이 많습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주문번호가 뜨면 조용히 가져옵니다.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풍경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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