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주요 점포 식당가가 여름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무더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역대 최악의 폭염과 고물가, 고환율로 인해 휴가 대신 ‘슬세권’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백화점 내 식당과 푸드코트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천호점, 미아점, 목동점, 중동점, 킨텍스점 등 6개 점포의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식당가 및 푸드코트 매출이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현대백화점 전체 15개 점포의 평균 상승률(10.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해당 점포들은 뉴타운 및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인접한 ‘슬세권’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주민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활 밀착형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여름철은 휴가철로 인해 백화점 매출이 감소하는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며 극심한 폭염과 길어진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백화점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동시에 고물가와 고환율 부담으로 해외여행 대신 가까운 백화점을 방문해 식사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는 '백캉스족'이 증가한 점도 매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쾌적한 쇼핑 환경과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백화점 식당가가 상대적으로 ‘가성비’ 좋은 외식 장소로 인식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며 “이러한 트렌드 변화가 올해 여름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식품관 매출 상승은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전략 덕분이다. 반경 1㎞ 내외의 도보 이동권에 위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은 중동점의 경우, 지난 4월 ‘푸드 파크(Food Park)’로 리뉴얼을 단행한 후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중동점의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5%, 고객 수는 33.6% 증가해 현대백화점 전 점포 중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중동점에 새롭게 입점한 ‘텍사스 로드하우스’, ‘이탈리’, ‘다솥’ 등은 가족 단위와 1인 가구 고객을 모두 겨냥한 메뉴 구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고객을 겨냥한 다솥은 저렴한 가격대의 한식 세트메뉴로 주목받고 있다.
미아점 역시 MZ세대 가족 단위 고객을 타겟으로 한 신규 브랜드와 키즈 라운지를 도입해 고객 유입 효과를 보고 있다. ‘호두과자 호두앤’, ‘서만복 닭강정’ 등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를 끌며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독점 유치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장어, 한우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 분식점 ‘가지가지’, 태국 5성급 호텔 주방장이 직접 요리하는 ‘타이리셔스’ 등은 압구정본점, 천호점 등 주요 점포에 입점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식품관은 지역 주민과 가장 밀접한 생활권에 자리한 테넌트로, 각 점포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브랜드 유치가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민 특성에 맞춘 독점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