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7.27(토)

김정은 "북미,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
대북제재 완화 대신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 추진
전략무기 개발 계속 진행…핵·ICBM실험 재개 시사
"공식 선언 없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 회귀한 것"
협상 여지 남겼으나 낙관 어려워…北 몸값 올릴 듯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일 비핵화 선제조치에 화답하지 않는 미국과의 대북제재 장기전 돌입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자력갱생과 핵무력 강군화로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 중단까지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까지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28~3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관련 보도를 내놨다. 통신은 보도 제목인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를 비롯해 본문에서도 '정면돌파'라는 말을 23번이나 사용하며 대북제재 속에서도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4일차 보고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선(先) 비핵화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규모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대북제재 완화·해제라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지만,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의 상응조치도 없이 비핵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면돌파전의 수단으로 자력갱생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세기를 이어온 조미(북미) 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돼 명백한 대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 연장선에서 경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국가의 집행력, 통제력이 미약하다는 점을 질타하고 내각책임제 강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이 사회주의 운명의 기로에서의 승과 패의 결정은 오직 우리 당의 단결된 위력과 그 향도적 역할에 달려 있다"며 당 강화에 힘쓰고, 사상적 결속을 도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지만 정치외교적, 군사적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가안전을 위한 '전략무기' 개발 의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전략무기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한 엔진 시험과 관련된 무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체엔진·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미사일 탑재 신형 잠수함 등을 활용한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한미 연합훈련 실시, 첨단무기 남측 반입을 이유로 미국을 비난하며 비핵화 선제조치로 단행했던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약속도 되돌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실질적으로 경제-핵 건설 병진 노선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이 핵 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한다면 2018년 4월20일 '핵 무력 완성' 선포와 함께 '사회주의 경제 건설 집중 노선'을 제시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병진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이와 관련, "병진노선 회귀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것은 2년 만에 전략노선을 재수정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 및 대외적 파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핵·ICBM 모라토리엄 해제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미국이 지금이라도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마지막 촉구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강경한 메시지 속에서도 대화 여지를 남기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핵 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 억제력의 경상적 동원 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입장 변화에 따라 전략적 도발 또는 대미 협상을 선택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대미협상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 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며 시간이 남아있음을 암시했다.

다만 북한이 핵 보유국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협상 재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가 철회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김 위원장의 '상향조정' 발언과 관련, "미국이 제재나 적대시 정책을 유지하거나 더 강화하면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풀이했다. 핵 무력 강화는 정해진 기조이며, 미국의 대응에 따라 도발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2021년 이후를 바라보고 대미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미국은 대선, 북한은 경제발전 5개년 성과 창출이라는 대내 과제가 중요하다. 이 때 전개될 북미협상의 패러다임을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핵 무력 강화를 통해 '몸값'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시스>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