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6.20(목)

'대미 협상 경험 전무' 리선권 北 외무상에
"군 출신 외무상 임명은 대미 압박 메시지"
남북관계 변화, 김영철 부상 관측에도 촉각

북한은 최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신임 외무상에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최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신임 외무상에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대북제재 장기화 국면을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외교 담당 인사들을 대거 교체한 것으로 관측돼 그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외신과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신임 외무상에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 불참한 데다, 전날 북한이 발표한 황순희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빠져 있어 해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명단에는 북한의 외교전략통으로 꼽히는 리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포함되지 않아 김형준 전 주러시아 대사가 후임으로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리선권이 신임 외무상으로 임명된 것이 사실이라면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정면돌파전 관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당분간 미국과 비핵화 협상 재개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대미 협상 경험이 전혀 없는 군 출신의 리선권을 외무상 자리에 앉혔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 자문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회담 결렬, 당 전원회의 이후 외무성이 할 일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단기간 내에 대미 협상은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부 출신을 외무상에 등용한 것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되 미국의 셈법이 변하지 않는 한 정면돌파전, 강경노선으로 가겠다는 대미 압박 메시지가 담긴 인사"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리선권은 과거에 장기간 군부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이기 때문에 향후 북한 외교에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려는 군부의 입장이 더욱 크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대미 협상 담당으로 알려진 리용호와 리수용을 해임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외교 실패에 대한 문책 성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시한을 지난 연말로 못 박아놓고 미국에 셈법 변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선비핵화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북한은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다만 1·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어 이같은 관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리선권은 기본적으로 군 출신 인사지만 남북관계에서도 비중이 컸던 인물이라 향후 남북관계 변화와도 연관짓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는 남북 군사회담 대표로 오랫동안 나섰으며, 2018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로 참여해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주요 합의를 만들었다.

양 교수는 "리선권은 2018년 남북관계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며 "남측을 잘 아는 외무상의 경우에 북미 대화, 남북 대화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정 센터장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며 "리선권이 외무상직에 임명된다고 해도 남북관계에 관여할 여지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리선권의 임명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김영철 부위원장의 입지가 회복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리수용이 맡았던 당 중앙위 국제부장에 러시아 대사를 지낸 김형준을 임명한 것은 대미 강경 기조와 함께 북한 외교를 다변화하겠다는 시도로도 읽힌다.

정 센터장은 "전통적인 우호국가인 러시아와 중동지역의 친북 성향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김정은의 '정치외교적 공세' 방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외교 라인 재편은 지난 18일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 대사와 김성 유엔 대표부 대사 등의 평양행으로 먼저 감지됐다. 조만간 재외 공관장 행사가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북한이 미국이나 남한에 대해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것도 외교 라인 교체 및 대외·대남 전략 정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까지 대미 담화 폭탄을 쏟아냈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생일 메시지 전달과 관련해 발표한 것이 전부다.

김 고문 담화에는 남측에 대한 언급도 포함돼 있으나 방점은 북미관계에 있다. 대남 메시지의 윤곽은 매년 1월 초~2월 말 열리는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에서 결정,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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