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06(월)

서울 602개 초교 중 24개교, 초1 매일등교 불발
과대·과밀이 11개교, 나머지는 학부모 방역우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등교 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등교 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초등학교 1학년 매일 등교를 추진한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학교의 학사운영 현황을 집계한 결과 학생 4%가 매일 등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은 학생 수가 많아 거리두기가 어려운 과대학교, 과밀학급에 다니고 있다.

교육부가 등교 확대 방안으로 제시한 오전·오후반, 시차등교를 택한 초교는 서울 전역에서 2개교에 그쳤으며 소규모 초교 중 전면등교를 한 곳도 14%에 불과했다. 학부모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인구가 많은 서울의 특성상 등교를 확대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등교 불가" 서울 24개교 3분의 1이 강남·서초

조 교육감은 21일 오전 종로구 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초등학교 602개교 중 96%인 578개교가 초1 주5일 등교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초1은 올바른 생활 습관을 들이는 때이며 학생 상호간의 만남이 몹시 중요한 시기"라며 "거리두기를 하기 어려운 과밀학급, 과대학교에서도 저학년 학생들이 주4회 이상 학교에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학사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 내 602개 초교 중 24개교(4.0%)가 매일등교를 하지 못했다. 이 중 전교생 1000명 이상 과대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 30명 이상 과밀학급학교는 11개교다.

매일등교를 못하는 24개교 중 3분의 1인 8개교는 강남·서초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총 57개 초교가 있다. 강남·서초 초1 14%가 많아야 주 4회 등교하며 원격수업을 병행하게 됐다. 8개교 중 6개교는 '과대·과밀'이며 다른 2개교는 학부모 반대로 매일등교가 불발됐다.

강연흥 교육정책국장은 "과밀·과대학교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매일등교가 어려웠던 곳이 많았다"며 "1학년 매일 등교를 못한 학교 중 사립초가 많았는데, 추측컨대 (학부모들이) 등록금을 각자 내면서 일부는 못 가는 점을 지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학교도 '전면등교' 14% 불과…"방역 우려 높아"

전교생 전면등교를 하는 초교는 서울 전역에서 13개교(2.1%)다. 학생 수 300인 이하인 75개교 중에서도 11개교(14.6%)에 불과했다. 교육부가 등교인원을 늘릴 수 있는 대안으로 소개한 오전·오후반, 시차등교제를 택한 초교는 서울 전역에서 2개교로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교육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도 학생이 300명보다 적은 학교는 밀집도 3분의 2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으나 안전을 우려한 여론이 더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규애 초등교육과장은 "소규모 학교도 학부모 설문을 진행했으나 전교생 전면등교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었다"며 "거리두기를 하면서 급식을 하기 어려운 등 여러 한계가 드러나기에 전면등교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면등교에 나선 초교 중 오전·오후반을 택한 학교는 1개교, 시차등교를 택한 곳이 1개교로 총 2개교"라며 "학부모들의 반대로 오전·오후반을 택한 학교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강 국장도 "일부 시·도교육청은 오전·오후반을 시도했으나 서울은 쉽지 않았다"며 "오전에 오는 학생과 오후에 등교하는 학생이 각각 따로 식사를 해야 하는데 한정된 시간 밀집도가 높아져 애초에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중1 매일등교는 16%…고입 끝난 뒤 67%로 늘어나

시교육청이 함께 등교확대를 추진한 중1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교육청이 시내 55개 중학교를 표본조사한 결과 이 중 9개교(16%)가 매일 등교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중학교들은 3학년 기말고사와 고입전형이 끝난 뒤 1학년 등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중3 기말고사 이후인 11월23일 이후에는 총 23개교(42%)가, 고입전형 이후인 12월14일 이후엔 총 37개교(67%)가 매일등교에 나서기로 했다.

시교육청이 지난 19일부터 12월31일까지 수업이 가능한 55일 동안 표본조사한 중학교들의 학년별 평균 등교일수를 집계한 결과 1학년이 평균 42일로 가장 많았다. 2학년은 38일, 3학년은 33일로 줄었다.

강 국장은 "중3의 경우 고입 준비와 기말고사로 등교를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3개 학년이 밀집도 3분의 2(2개 학년)를 지켜야 해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1학년이 3학년보다 9일 더 많이 나오는데 1학기에 8~10일밖에 학교 가지 못한 걸 생각하면 적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많은 서울 등교확대 한계…"학급당 학생수 줄여야"

조 교육감은 인구가 많은 서울의 특성상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안전한 등교가 가능한 적정 학급당 학생 수가 몇 명인지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학급당 학생 수 문제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가장 적절한 기준이 뭐냐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며 "서울 혁신학교는 24명이 기준인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한국이 넘어 담대하게 사고하자는 차원에서 20명 이하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 비서실장인 한만중 정책안전기획관(과장)도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대한 기존 논의를 넘어서 코로나19에 맞는 기준을 적용하자는 시도는 교원단체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며 "교원 수 감축과 맞물려 학급수 축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사실 학급 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10월 말 내놓을 계획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안이 마련되면 등교가 추가 확대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강 국장은 "거리두기 단계가 좀 더 세분화돼 6단계가 된다면 서울에서 추가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 만큼 등교 학생 수를 6분의 5, 6분의 4 식으로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 "초1 매일등교 이후 사회성 함양과 같은 결과가 좋게 나오면 방침을 방역당국과 상의하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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