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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월)

[르포] ‘가장 먼저 투입돼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평화’ 논의 이뤄질 무대 ‘우리 손으로’

승인 2023-09-22 01:01:22

구조물 제작·설치 전기 배선까지 꼼꼼히…행사 필요 품목 위해 24시간 대기

17일 오후 HWPL 봉사자들이 9.18 평화만국회의 9주년 기념식 행사가 열릴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를 하고 있다. (사진 = HWPL 제공)
17일 오후 HWPL 봉사자들이 9.18 평화만국회의 9주년 기념식 행사가 열릴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를 하고 있다. (사진 = HWPL 제공)
[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HWPL 9·18 평화 만국회의 제9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오후 그랜드 하얏트 인천 지하주차장 하역장이 분주했다.

어렴풋이 보아도 상당한 양의 자재들이 도착해 있었다. 트럭 2대 분량의 전기케이블과 간이·임시 분전반, 무대에 설치될 전광판과 스피커를 지탱할 철골 구조물, 무대 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목재 등 이번 행사를 위해 수십 가지의 자재와 기구들이 쉴 새 없이 도착했다.

도착한 자재와 기구를 행사장으로 나르는 30~40명의 남성은 무게가 상당한 짐을 나르면서도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17일 오후 HWPL 집기설치부 봉사자들이 9.18 평화만국회의 9주년 기념식 행사가 열릴 호텔에서 컨퍼런스 집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 HWPL 제공)
17일 오후 HWPL 집기설치부 봉사자들이 9.18 평화만국회의 9주년 기념식 행사가 열릴 호텔에서 컨퍼런스 집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 HWPL 제공)

짐을 나르는 이들에게 힘이 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몸은 고될지 몰라도 마음만은 즐겁다”며 “평화가 논의될 무대를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것만 생각한다면 잠깐의 힘듬은 충분히 즐길 만하다”는 것이었다.

전기공사에 필요한 임시분전반과 간이분전반이 행사장 안으로 옮겨지면 전기 설치 스텝들은 가설을 시작한다. 가설이 마무리되는 2시간 뒤 쯤, 건물 내 전기배선전용실(EPS)에서 임시분전반으로 전기를 이어줬다.

이렇게 되면 영상과 음향, 방송장비, 프레스석 등에 필요한 전기 공급이 시작된다. 전기가 들어오면서 행사장 무대설치 및 영상·음향기기 설치 등도 시작됐다.

전기공사가 끝나도 전기시설팀은 행사기간 내내 비상대기 중이다. 영상·음향팀이 전기 사용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행사 당일 전기 안전 수시 점검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설치팀도 마찬가지. 각종 현수막과 구조물 설치 상황도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처럼 이들은 행사기간 내내 현장을 꼼꼼히 챙기며 누비지만, 모두 자원봉사자라는 점이 놀라왔다.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평화 행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설부 전체를 총괄하는 강명진 봉사자를 필두로 구조물 제작 및 설치를 담당하는 시설·안전팀과 행사장 전체 도면 작업을 담당하는 설계팀 등 30여명이 현장을 지킨다. 이들은 이번 기념식 모든 행사가 마친 뒤에도 남아서 시설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맡는다.

17일 오후 HWPL 시설부 봉사자들이 9.18 평화만국회의 9주년 기념식 행사가 열릴 호텔에서 외부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 HWPL 제공)
17일 오후 HWPL 시설부 봉사자들이 9.18 평화만국회의 9주년 기념식 행사가 열릴 호텔에서 외부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 HWPL 제공)

행사 시작 전 행사장에 가장 먼저 투입돼 가장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이들은 또 있다. 행사 전반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챙기고 점검하는 집기설치부가 그렇다.

행사 시작 전부터 행사의 필요한 모든 물품이 제때 도착했는지를 확인하고, 행사에 맞게 배분되고, 설치될 수 있도록 챙겨주는 부서다.

혹시나 있을 물품 부족에 대비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까지 마련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비책을 쓸 일은 없다는 후문이다.

집기설치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누락되는 물품들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기 위해 지난달 초부터 관계 부서와 수시로 소통하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집기설치부 이가현 봉사자는 “집기가 행사장에 도착부터 반납까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라벨지를 만들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서도 “그래도 혹여나 빠뜨린 부분이 있을까 싶어 신경을 곤두세운다”고도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도 높은 평화의 행사를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는 만큼, 우리에게 평화는 한 걸음 더 다가온 느낌이었다.

jhyk777@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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