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29(수)
국제정세 다섯 가지 변화와 한국 경제 세 가지 위험
[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최근 국제 정세는 갈등과 분열로 얼룩져 있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하나금융포커스의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세 가지 위험’ 보고서에서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다섯 가지 변화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세 가지 위험을 살펴봤다.

국제 정세의 다섯 가지 큰 변화

첫째, 기후 변화 논의와 대응이 진행 중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세계적 문제 중 하나이다. 과거 수십 년 동안의 산업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 온난화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 채택으로,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던 기존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넘어 모든 국가가 자국의 상황을 반영하여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보편적인 체제가 마련되었다. 한국도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24.4% 감축을 약속하였다. 기후변화는 주요 탄소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협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생산 분야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둘째, IT·바이오·에너지 분야에서 과학·기술 혁명이 진행 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AI 및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새로운 IT 기술들이비즈니스, 의료, 교육, 물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은 자율 주행 자동차, 음성 인식, 의료 진단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바이오 과학과 기술은 의학, 농업, 식품,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또 핵융합, 에너지 저장,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과학과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 분야의 과학과 기술 진보를 위한 세계 각 국의 노력은 향후 세계 경제 질서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지정학적 위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 미·중 갈등, 양안 갈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은 세계 평화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전 세계 광범위한 공급망 체계에 직접적 위협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 또 중국과 대만의 갈등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국가 간의 긴장, 충돌, 또는 국제적인 불안 요소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는 경제적 효율보다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역 비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넷째,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체제가 무력화되고 있다. 1995년 설립된 WTO는 20세기 자유무역의 토대가 된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체제의 후속기구이다. 23개국을 최초의 가입국으로 하여 1948년부터 효력이 발생한 GATT 체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데 공헌이 컸다.

한국의 수출주도 성장도 1967년 GATT 체제 가입이 없었으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2019년 12월 WTO 상소기구 기능 정지와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 부과는 2001년부터 시작된 도하개발라운드(DDA: Doha Development Agenda)의 정체와 더불어 WTO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였다. 이처럼 WTO 체제의 무력화는 결국 글로벌화의 퇴조를 상징한다.

다섯째,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하였다. 지정학적 위기 대두와 더불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가 재정 확대로 인해, 미국과 EU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의 정책 방향은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한 작은 정부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큰 정부로 향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닥친 세 가지 위험

첫째, 중상주의 위험(Mercantalism risk)이다. 중상주의 위험은 주요국에서 산업정책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과 투자, 그리고 공급망에 미치는 위험을 지칭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의 정책은 자유시장 경제와 개방적인 국제무역을 중시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민간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 즉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와 산업정책을 통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이와 같은 정책 변화와 함께 중국과 인도 뿐 아니라 EU와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중상주의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미국의 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도 한국의 무역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중상주의 위험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

둘째, 중국 위험(China risk)이다. 이 위험은 미국의 중국 견제와 함께 중국 자체의 경제와 무역 성장 정체로 인해 수출입과 해외 투자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무역과 투자, 그리고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칭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에 중국과의 무역이 큰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자와 화학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성이 크다. 또한 2010년대 초반까지 중국은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투자처였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견제와 디커플링 압박은 우리 수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위험은 수출입과 해외 투자에서 중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셋째, 안보 위험(Security risk)이다. 안보 위험은 대만해협 물류 문제와 중국과 대만의 전쟁 가능성이 이 지역 공급망에 영향에 미치고, 국제 무역과 투자의 감소를 야기하는 것을 지칭한다. 대만 문제로 한국에 직접적으로 대두된 안보 위험은 우리나라의 존망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설령이 안보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아도, 이 위험의 잔존 가능성만으로도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대규모 장기 투자는 평화의 지속성과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 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도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는 안보 위험은 이처럼 대규모 장기 투자 실현을 저해하고,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news@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