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03(금)

19~20일 중국 방문 "국제적 단결 필요성 등 논의"
중·러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제출 배경 파악할 듯
연말 시한 앞두고 北도발 차단 및 국제 공조 요청
대화 제의 이후 北 응답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에 이어 일본,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제출 배경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연말 시한을 앞두고 '새로운 길'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고, 공조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측과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15~19일 서울과 도쿄를 방문한 뒤 19~20일 베이징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 단결 필요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2박3일간 한국에 머문 후 1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 카운터파트너들을 만나 긴밀한 대북 공조 체제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날 중국 방문 일정을 추가 공개했다.

비건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에서 비건 대표는 대북 제재 유지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송환시키도록 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미국, 영국,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채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간 중·러가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면서도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으로 결의안 제출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국제 공조에 균열 우려가 일고 있다.

미 국무부는 즉각 "북한이 금지된 대량 파괴 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며 향상시키고 있다"며 조기 대북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독일 외무부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해제할 창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며 대북 제재 일부 해제 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비건 대표는 중국의 대북 공조 이탈을 방지하면서 북한의 도발 차단을 위한 공조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7일에 이어 13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으로 불리는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연말 시한이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비건 대표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중국의 중재 역할을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비건 대표는 한국 방문에서 "이제 일을 할 시간이다. 우린 여기 있고, 북한은 우리에게 접촉할 방법을 알고 있다"며 북한에 회동을 전격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건 대표의 제의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 2019 상임위원회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뭔가 북한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며 "판문점은 노출되지만 베이징은 오히려 비공개로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비건 대표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연말 시한과 관련해 데드라인이 없다고 밝혔지만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 전에 북한과 비핵화 실무 접촉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갖고 한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여전히 북한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정부 역시 비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건 대표가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한 균형 잡힌 합의"를 언급한 만큼 북한이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비건 대표와 북핵 수석대표협의 후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의 모든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의 한국, 일본, 중국 연쇄 방문을 계기로 고조된 북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핵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발언하며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대북 적대 정책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비건 대표가 대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정작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이 없다"며 "북한의 새로운 길을 멈출 수 있는 미국의 준비가 없는 만큼 중국을 방문하더라도 전환점은 없을 것이다.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미국이 변화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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