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30(화)
중소기업의 ESG, 냉정보다 열정
[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ESG 경영활동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으나, 2022년 말 정부의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 발표 이후 대한상공회의소 및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축이 되어 중소, 중견기업의 ESG경영 전환에 대한 다양한 홍보활동 및 지원이 이뤄졌다.

이제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는 ESG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느끼고 많은 중소기업이 ESG 경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파악한 결과, 44%가 ESG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오영선 연구위원의 ‘중소기업 ESG, 냉정과 열정 사이’ 보고서에서다.

중소기업별 ESG 대응수준 격차 심해

현장에서 중소기업 경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현실적으로 규제의 여파가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ESG 요소를 경영에 전면 도입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ESG를 도입하겠다고 결정하고 ‘냉정’하게 준비를 미루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피할 수 없는 물결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자세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 공정을 전환하는 ‘열정’적인 기업도 있다.

환경에 진심인, 그리고 친환경 트렌드를 사업 기회로 인식한 기업은 아예 기존 사업의 틀을 버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형세다. 이러한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반갑게 여기면서 시장 확대와 미래 수익을 기대한다.

물론 기업별 ESG 대응 수준의 차이는 대표이사의 ESG 관련 인식과 ESG 경영에 대한 의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 CEO가 가진 ESG에 대한 관심도는 결론적으로 넷제로를 향해 재편되고 있는 경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ESG 요인은 환경뿐만 아니라 경영의 전반에 대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는 경영성과를 높이는 수단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성과는 일차적으로 경영관리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ESG 경영을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ESG에서 다루고 있는 영역 중 자사가 어떤 부분이 취약한 지를 가늠해보는 것만으로도 경영관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환경(E) 영역 점검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사회(S) 영역에서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및 안전기준을 충족시키고 정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이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직원의 노무 규정을 갖추는 일이 요구되기 때문에 내부 인사규칙을 살펴보면서 조직 관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거버넌스(G) 영역에 대한 대비는 회사의 투명성을 높인다. 기업이 ESG 경영 차원에서 윤리규범을 확보하고 임직원 부패 방지를 위한 규정을 마련하면서 효율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리스크 관리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아울러, 중소기업은 ESG 경영 도입을 통해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SG 연계 대출 상품인 ‘지속가능연계대출’은 기업이 스스로 설정한 ESG 목표(예: 여성과 장애인 직원 확충, 에너지 효율 등급 개선, 원자재 재활용)를 달성하면 최대 1%p의 금리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녹색자금 규모가 확대되고 금융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책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의 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은 ESG의 관점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ESG, 미리 준비하는 기업이 비즈니스에 유리

물론,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 ESG 경영을 미루는 이유도 자원이 없고 비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명확하지 않은 ESG 관련 기준들과 규제, 굴지의 투자회사들이 ESG와 손절했다는 소식, 선거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환경정책과 친환경 기업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등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은 ESG 준비에 머뭇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경영인들은 시대적 요구를 냉정하게 묵과하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ESG 도입을 통한 기대효과 측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환경과 관련이 없는 업종이라고 해도 경영활동에 ESG 요소를 도입하면 분명 경영관리 수준을 높이고 고객사 및 협력사와 거래관계에서 더 나은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보고서는 “ESG는 경영의 모든 영역과 맞닿아 있어서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냉정보다는 열정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news@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