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위원회

logo

ad
ad
ad
ad

HOME  >  사회

물피도주, 단순 범칙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가볍게 생각해선 안 돼

김신 기자

입력 2026-09-27 08:00

로엘 법무법인 안제홍 파트너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안제홍 파트너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주차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 차를 빼다가 옆 차량을 스치는 일은 운전자들이 흔히 겪는 상황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차량의 손상 정도도 심하지 않아 사고 자체를 가볍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연락처를 남기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이른바 ‘물피도주’가 성립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주·정차된 차량을 손괴하고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남기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처해진다. 행정적으로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물피도주 사건에서도 당사자의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피의자들은 대개 "충격이 너무 미세해서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디오 소리가 커서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법원은 운전자의 주관적 변명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차량 범퍼가 밀리거나 사이드미러가 껍질째 꺾일 정도의 파손이 발생했음에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는 블랙박스에 녹음된 '쿵' 하는 충격음의 크기나 차량 흔들림 여부, 협소한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저속으로 진입하며 주변 공간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던 주행 환경 등의 객관적 정황을 종합하여 인지 가능성을 판단한다.

실제로 주차장에서 옆 차량을 긁고 그냥 갔다가 피해 차주의 블랙박스 영상 속 선명한 충격음과 차량이 요동치는 등 여러 정황 때문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정식 기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CCTV, 블랙박스 등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 날, 목격자가 없다 하더라도 물피도주 가해자의 신분을 확인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혐의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자백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유리하다.

간혹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하다가 경미한 충돌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을 이탈한 이유가 단순히 사고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음주 측정에 적발되거나 무면허 운전 사실이 발각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도주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때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물피도주 혐의가 아니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또는 무면허운전 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없었다 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또한 형사 처벌이나 행정적 처분의 무게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과 별개다. 피해자에게 차량 수리비는 물론 수리 기간 동안 이용할 렌트비 또는 교통비까지 지급해야 한다. 당사자가 배상 책임을 회피한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자차보험을 통해 수리하면 보험사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민사상 책임까지 염두에 두고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물피도주 사안은 단순 범칙금으로 끝날 것이라 방심하기 쉽지만, 블랙박스 분석을 통한 인지 가능성 입증부터 음주·무면허 등 부가적 정황에 따른 가중 처벌, 민사상 배상 책임까지 한꺼번에 얽혀들 수 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법적 리스크로 번지기 전, 신속하고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안제홍 파트너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