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와 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문화 IP의 가치를 평가하고 권리를 인증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에버트레져는 공연·영화·예술작품 등 문화예술 IP를 AI로 평가해 투자시장과 연결하고, 레드슬리퍼스는 K-POP 아티스트와 팬덤 데이터를 분석해 성장 가능성과 기여도를 새로운 가치로 바라본다.
결국 두 기업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문화적 가치를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금융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문화예술 IP에 가격을 매기다…에버트레져의 ‘문화금융’
에버트레져는 스스로를 AI·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IP 문화금융 핀테크 기업으로 정의한다.
대표 서비스인 ‘예투(YEATU)’는 금융 접근성이 낮은 예술가가 대중의 소액 투자와 기관 투자를 통해 초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글로벌 문화예술 투자 플랫폼이다.
일반적인 문화예술 투자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에버트레져는 이 문제를 AI 가치평가 엔진 ‘밸큐(VALQ)’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문화예술 IP와 아티스트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를 평가하고 향후 수익 가능성을 예측해 자금조달 과정의 판단 자료로 활용하는 구조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중요한 축이다. ‘에버씰(EVERSEAL)’은 스토리 프로토콜(Story Protocol) 과 같은 개념의 프로그래머블 IP 블록체인으로, 전 세계 IP 홀더가 자신의 작품과 IP를 등록하고 매매·거래하며 라이선싱까지 스마트컨트랙트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다. 실물 작품은 훼손 없이 봉인되는 NFC 태그를 통해 온체인으로 연결되며, 등록 이후의 매매·라이선싱 이력과 로열티 분배까지 전부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되고 자동화된다.
가치평가를 통해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한다면, 블록체인은 그 IP가 ‘누구의 것이고, 어떻게 거래·활용될 수 있는가?’ 까지 스마트컨트랙트로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아티스트와 관련 기업을 연결하는 ‘에버링크(EverlynQ)’를 통해 아티스트와 프로젝트 탐색부터 계약과 정산까지 플랫폼 안에서 진행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하고 있다.
에버트레져는 BNK경남은행 모바일뱅킹 앱에 예투를 론칭했으며 미국과 영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문화금융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매출액은 2억 5,000만원, 누적 투자유치 규모는 8억원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 TIPS 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된 AI를 활용한 미술·영화·공연 자산 가치평가 방법과 시스템, 증권형 토큰 거래·관리 시스템과 관련된 기술개발 및 글로벌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팬의 행동이 아티스트의 가치가 된다…레드슬리퍼스의 실험
레드슬리퍼스가 바라보는 문화 자산은 조금 다르다. 작품 자체보다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과 그 과정에 참여하는 팬덤을 데이터로 바라본다. 팬덤 플랫폼 ‘B:side’를 운영하는 한편, 데이터 분석 솔루션 ‘Fan-ray’를 통해 K-POP 아티스트와 팬덤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향후 성장과 수요를 예측한다.
기존 팬 플랫폼이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과 콘텐츠 소비에 집중했다면 레드슬리퍼스는 팬덤의 행동을 산업의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로 바라본다. Fan-ray는 SNS 반응, 검색, 스트리밍, 콘텐츠 소비와 구매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팬덤의 규모와 성향뿐 아니라 유입과 이탈, 성장 가능성 등을 예측하는 Fan CRM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팬덤플랫폼 B:side를 통해 팬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아티스트의 성장에 기여했는지도 데이터화한다. 이를 포인트나 보상과 연결하고 향후 블록체인 기반 정산·보상 구조까지 확장하는 것이 회사가 그리고 있는 모델이다. 레드슬리퍼스는 이러한 구조를 ‘데이터·금융·팬덤 참여가 결합된 성장 공유형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2024년 11월에는 데이터 기반 투자 매칭 솔루션 스타글로우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고 2025년에는 농협 오픈이노베이션에 선정돼 스테이블코인 기반 아티스트 투자 플랫폼 협업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TIPS 기술개발 과제에도 선정되며 AI 기반 가치평가와 팬덤 데이터 분석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AI 가치평가와 블록체인이 문화금융을 만날 때
두 회사의 사업 대상은 다르지만 해결하려는 산업적 문제는 상당히 유사하다.
에버트레져가 공연과 영화, 예술작품 등 문화 IP의 경제적 가치를 AI로 평가한다면 레드슬리퍼스는 K-POP 아티스트와 팬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과 매출 가능성을 분석한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평가하기 어려웠던 ‘무형의 가치’를 데이터로 설명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록체인의 역할 역시 유사하다. 에버트레져가 블록체인을 작품 및 IP의 등록부터 매매·라이선싱까지 스마트컨트랙트로 실해아는 프로그래머블 IP 인프라로 활용한다면 레드슬리퍼스는 향후 팬덤 기여에 대한 보상과 정산, 디지털 자산 관리에 활용하려 한다.
문화예술에서 이러한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치’와 ‘권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가진 IP의 미래 수익을 추정할 수 있고 권리 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 금융기관이나 투자자가 문화 콘텐츠를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팬덤 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팬의 활동은 아티스트의 인기를 보여주는 정성적 지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팬덤의 행동이 체계적으로 데이터화된다면 아티스트의 잠재 매출과 성장성을 분석하는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 두 기업의 시도는 결국 ‘문화 콘텐츠가 금융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언어’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 IP가 ‘소비 대상’에서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2026년 두 기업은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에버트레져는 글로벌 콘텐츠 IP와 아티스트 확보를 확대하고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시장에서 플랫폼 온보딩을 추진한다. 동시에 국제 특허와 상표 등 지식재산권 확보를 강화하며 글로벌 문화금융 플랫폼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레드슬리퍼스는 핵심 K-POP IP 확보와 아시아 팬덤 이용자 확대에 집중한다. AI 아티스트 가치평가와 매출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보상·정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두 기업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문화산업에서 금융의 역할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 문화예술 투자는 일부 전문 투자자나 기관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AI 가치평가와 데이터 분석이 신뢰할 수 있는 참고자료로 자리 잡는다면 개인과 금융기관이 문화 IP 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물론 예술의 가치를 모두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는 데이터나 수익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창작자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좋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제작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도 필요하다.
에버트레져와 레드슬리퍼스는 예술의 감성적 가치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금융이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던 문화산업의 가치를 데이터라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려는 기업에 가깝다.
AI가 가치를 평가하고 블록체인이 권리를 증명하며 대중과 팬덤이 투자와 성장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문화 IP는 단순히 ‘보고 듣고 소비하는 콘텐츠’를 넘어 장기간 가치를 축적하는 하나의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술과 금융의 접점이 넓어지는 지금, 문화산업의 다음 경쟁력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콘텐츠의 가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증명하고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문화금융의 가능성, 전문 보육 통해 시장과 연결
이들 기업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6 예술분야 성장도약(스케일업) 지원사업’에 참여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예술기업들이다.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앤아처의 지원을 받으며 기술과 사업모델을 시장과 연결하고, 투자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한 스케일업 과정을 밟고 있다.
두 기업에게 성장지원과 액셀러레이팅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가치로 전환할 것인가’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AI가 가치를 평가하고 블록체인이 권리를 증명하는 구조가 실제 금융·투자 네트워크와 연결될 경우 문화 IP를 새로운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장도 한층 확대될 수 있다.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