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때 서둘러 자신의 입장부터 정하기보다는, 우선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행위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이나 준강간, 카메라등이용촬영 등 성범죄는 죄명에 따라 수사기관이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쟁점에도 차이가 있다. 신체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 자체가 쟁점인 사건이 있는 반면, 접촉 사실은 인정하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행위였는지를 두고 다투는 사건도 있다.
성범죄 사건은 행위가 발생한 그 순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건 전후에 주고받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통화 내역, 이동 동선, 결제 내역, 숙박업소나 주변 장소의 CCTV 영상 등이 당시 정황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과 나눈 대화 기록이 남아 있다면 문제가 된 당일의 대화만 볼 것이 아니라, 만남 이전부터 헤어진 이후까지의 전체적인 맥락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정 표현 하나만 떼어놓고 볼 때와 대화 전체의 흐름을 함께 살폈을 때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첫 피의자 신문 조사에서 진술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사를 받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마주할 수 있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까지 무리하게 설명하려다 보면 실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게 될 수 있고, 이후 CCTV 영상이나 메시지, 카드 결제 내역 등이 확인되면서 기존 진술과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성범죄 수사에서는 사건 유형에 따라 휴대전화가 압수되거나 디지털 포렌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불법촬영 등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관련 사건이라면 문제 된 사진이나 영상뿐만 아니라, 기기에 저장된 파일과 과거 삭제된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 조사를 앞두고 본인에게 불리할 것으로 짐작되는 대화나 사진, 영상 등을 임의로 삭제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서는 결코 안 된다. 증거인멸 의심을 사지 않도록 기존 자료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사건과 관련된 객관적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피해자와의 직접적인 연락 역시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해 해명하거나 사과를 요구하고, 고소 취하를 반복적으로 종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를 2차 가해나 압박, 회유로 받아들인다면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하거나 새로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할 것인지는 수사 진행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성범죄는 비친고죄에 해당하므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형사절차가 당연히 종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만약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대응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범행 사실을 자백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 회복 여부와 범행 경위, 동종 전력 유무,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 등 향후 검찰 처분이나 법원의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제반 사정들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성범죄 사건은 단순한 형벌 부과로만 끝나지 않는다. 유죄 판결 선고 시 형벌 외에도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 특정 기관 취업제한 등 중대한 보안처분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처분의 적용 가능성을 개별적으로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성범죄 사건은 동일한 죄명이라 하더라도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는 사건과 동의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다투는 사건의 변론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성급하게 진술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가 무엇인지, 문제가 된 일시와 장소는 언제인지, 그리고 당시 상황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무엇인지를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특히 첫 조사 단계에서 기억이 온전치 않은 사실을 섣불리 단정해 진술했다가는 차후 드러난 객관적 증거와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메신저 대화나 통화 기록, 결제 및 이동 동선 등 현재 확보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 전후의 사실관계를 시간 순서대로 꼼꼼히 정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 해서 혐의 유무가 이미 결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첫 조사에서부터 피의사실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기억에만 의존해 섣불리 진술할 경우, 향후 번복하거나 바로잡는 과정에서 신빙성을 잃고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우선 다투어야 할 핵심 쟁점과 인정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런 다음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에 따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현존하는 객관적 자료와 대조·검증해보는 것이야말로 첫 경찰 조사에 앞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대비책이다.
도움말: 법무법인(유한) 안팍 김준영 성범죄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