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11년, 전통문화 체험에서 수상의 기쁨까지
K-뷰티 통해 한·가나 교류에도 앞장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이번 행사는 한국의 전통 과거시험을 외국인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마련한 국제문화교류 행사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과 비천당 일원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55개국 출신 외국인 등 약 20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전통 유생복을 착용하고 붓으로 한국어 답안을 작성하며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했다. 시험에서는 한국에서 자국에 소개하고 싶은 세 가지와 그 이유를 작성하는 등의 과제가 제시됐으며, 전통놀이와 문화공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이날 병과 급제의 영예를 안은 하토 씨는 2015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왔고, 현재는 K-뷰티 기업 ‘피부 친구(Pibu Chingu)’를 운영하며 한국과 가나를 연결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생각과 한국 생활, 그리고 한·가나 문화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과거시험에 참가하게 된 계기와 수상 소감은 무엇인가요?
인스타그램에서 행사 소식을 접하고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11년 넘게 생활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워왔지만, 과거시험을 직접 경험할 기회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즐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제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정말 놀랍고 기뻤습니다. 병과 급제라는 영예를 얻게 되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 됐습니다.
Q. 시험을 치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시험에 앞서 소개된 백록동규(白鹿洞規)와 유교의 가르침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널리 배우고, 깊이 질문하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명확하게 판단하며,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배움의 원칙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정직과 성실, 사사로운 이익보다 올바른 행동을 중시하는 정신은 제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해 온 가치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르침이 현대 사회와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실천된다면 더욱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통 선비 복장을 입고 20분 안에 붓으로 글을 작성하는 경험도 특별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Q. 가나에 소개하고 싶은 한국 문화로 K-뷰티, 한국 음식, 전통음악을 선택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세 가지 모두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된 분야입니다.
특히 K-뷰티는 개인적인 관심뿐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사업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저는 ‘피부 친구(Pibu Chingu)’를 통해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와 피부관리 기술을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시장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혁신적인 제품과 꾸준한 피부관리 문화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한국 음식도 좋아합니다. 특히 다양한 채소와 조리법이 조화를 이루는 반찬 문화가 매력적입니다. 한국의 전통음악과 악기 역시 아름답고 때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음악은 언어가 달라도 한 나라의 역사와 감정, 정체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들을 통해 가나인들이 한국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한국과 가나의 문화에서 발견한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공통점이 많습니다. 특히 가족과 공동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른을 존중하는 문화가 비슷합니다. 함께 음식을 나누며 환대와 정을 표현하는 모습도 닮았습니다.
반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빨리빨리’ 문화였습니다. 가나에서는 일상생활이 비교적 여유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택배부터 행정서비스까지 모든 일이 빠르게 처리돼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그 효율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웃음)
두 문화를 경험하면서 서로 다른 생활방식이 반드시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각 나라의 역사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한국 생활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2010년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후 2012년과 2014년에 다시 한국을 찾았고, 2015년 8월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교육 분야에서 일했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으며, 가정을 이루고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인내심과 적응력, 독립심을 배웠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이 이제는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현재 저는 아내이자 어머니이며, 사업가이자 한국 영주권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됐고, 동시에 가나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한국에서의 경험이 제 삶의 방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시험에서 선택한 주제가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연결돼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저는 이미 K-뷰티 사업을 통해 한국과 가나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음식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교류의 기회를 넓히고 싶습니다.
문화교류는 단순히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성 있는 관계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 거주하는 가나인과 외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또한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가나 문화는 무엇인가요?
한국에 거주하는 가나인과 다른 외국인들에게 항상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외국 생활에는 어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많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가나의 풍부하고 다양한 지역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특히 올해 20주년을 맞은 문화 TV 경연 프로그램 ‘Ghana's Most Beautiful’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들이 전통 의상과 언어, 음악, 춤, 이야기를 통해 가나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가나의 전통음식과 놀이문화도 한국에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놀이를 알리는 계기가 됐듯이, 가나의 놀이문화도 한국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인들이 가나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과거시험에서 병과 급제의 영예를 안은 하토 씨의 이야기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K-뷰티 사업과 문화교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한국과 가나를 연결하는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상욱 기자 eye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