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첫 방한 후 한국 생활 20년…재한 가나인의 권익과 정착 지원, 다음 세대를 위한 기반 마련에 힘써

재한가나인협회 가나스코(GHANASKO)의 마이클 브로니세파(Michael Broni-Sefah) 회장은 한국 생활을 돌아보며 파주시 법원읍에서 진행했던 환경정화 활동을 떠올렸다. 당시 활동은 전 주한 가나대사의 나무 심기로 마무리됐다. 그에게 그 나무는 낯선 나라에 도착한 사람들이 이웃으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남았다.
14일 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읍 보광로 소재 캠핑장에서 열린 가나스코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는 1,000명 이상의 재한 가나인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공동체의 화합과 지난 30년의 발자취를 함께 기념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서면 인터뷰에 응한 브로니세파 회장은 자신의 한국 정착 과정과 공동체 활동, 앞으로의 구상을 전했다. 그는 협회장으로서 재한 가나인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한편, 무역·상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사업 기회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2006년이다. 기술과 제조업, 혁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한국을 직접 이해하고 싶었다. 첫 방문 당시에는 한국이 자신의 삶에서 이토록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한국에서 맞은 쉰 번째 생일은 성인으로 살아온 시간의 상당 부분이 이 나라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 순간이었다.
2007년 지인의 소개로 가나스코에 가입한 그는 모임과 체육활동, 복지 지원, 공동체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다. 여러 지도자와 함께 활동하며 그가 배운 것은 공동체를 이끄는 일이 눈에 띄는 행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전화를 걸고,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찾아가는 일이 공동체 리더십입니다.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때로는 자신의 자원을 보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2023년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취임 이후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원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혼자 남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브로니세파 회장에 따르면 가나스코는 코로나19 당시 이동 제한으로 발이 묶인 가나인들을 지원했으며, 업무 중 중상해와 고용주와의 분쟁, 보상 문제, 의료 응급상황, 사망에 따른 유가족 지원과 본국 송환 등 다양한 사안에 대응해 왔다. 그는 협회의 역할을 "누군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집행부는 영사 업무 담당자를 두어 협회와 재한 가나인, 주한 가나대사관 사이의 협조도 강화했다.

지난 4일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그가 가장 중시한 것은 화합이었다. 학생 모임과 문화·체육단체를 비롯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가나스코를 자신의 공동체로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협회가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는 단체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견해나 종교, 소속 모임의 차이가 지원 여부나 발언권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협회 집계 기준 1,000명 이상이 참석한 기념행사는 그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한국 곳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에서 공동체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과 문화 활동을 통해 가나를 알려온 샘 오취리의 기여를 기리는 자리도 뜻깊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가나에서 왔다고 말해도 그 나라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샘 오취리의 이름을 말하면 '아, 가나!'라고 반응하곤 했습니다. 이주민 공동체에는 그런 인지도가 중요합니다."
그는 후배 세대가 먼저 길을 열어준 사람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존중하기를 바랐다. 협회 창립자와 선배들이 쌓아온 기반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오늘의 공동체는 앞선 세대의 노력 위에 서 있으며, 지금의 세대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더 많은 재한 가나인을 협회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가나인이 가나스코에 회원으로 등록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요 가나인 단체의 지도자들이 공동체 현안에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이사회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새로 한국에 도착한 가나인들을 위한 정착 안내도 확대하고 싶은 분야다. 한국의 법과 직장문화, 의료체계, 출입국 절차, 금융과 주거,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갈 곳을 일찍 알아야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체육행사와 문화축제, 비즈니스 교류, 한국과 가나에서의 자선활동을 넓히고,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대학·기업·지역단체와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국의 관계 기관이 재한 가나인과 아프리카인의 현안을 논의할 때 가나스코가 공동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주체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그는 "30년 뒤 가나스코 창립 60주년을 기념할 사람들이 우리 세대가 튼튼한 기반을 남겼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한 가나인들에게는 한국의 법을 지키고 주변 사람을 존중하며 서로 돕자고 당부했다. 해외에 사는 가나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가나를 처음 만나는 창구이자 비공식 외교사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인들에게는 가나를 직접 방문해 그 문화와 환대, 사람들을 경험하고 사업과 투자 기회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권했다.
그가 그리는 한·가나 관계의 미래는 무역과 교육, 문화와 기술의 교류가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보낸 20년과 가나스코에서 쌓아온 경험은 그에게 그 연결을 일상에서 만들어 가는 일의 의미를 가르쳐 줬다.
황상욱 기자 eye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