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 : 첫 번째 숨》 통해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미래의 자연 형상화… 금속 조형으로 풀어낸 생명과 회복의 가능성

현계환 작가의 작업은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평원에서 마주한 산불 피해 지역의 풍경에서 출발했다. 파괴된 숲을 바라보며 자연의 회복에 대해 고민하던 작가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자연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Fe : 첫 번째 숨(Fe : The First Breath)》은 산화철로 뒤덮인 붉은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스스로 철을 제련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가상의 금속 식물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가 상상한 금속 식물은 척박한 환경에서 부식되어 사라지는 대신, 주변의 에너지와 산화철을 흡수해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산소를 배출하는 존재다.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을 오히려 새로운 생명이 시작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작품의 형태와 재료에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철판을 겹겹이 엮어 구성한 중심부는 거친 환경을 견디는 단단한 껍질이자 에너지가 발생하는 심장을 상징한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금속 구조는 생명체가 성장하며 확장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매끄럽게 다듬어진 은빛 표면과 거친 용접 자국, 그을림이 공존하는 모습은 생명체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며 성장해 온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이 놓인 검은 좌대와 붉은 화산석 역시 생명이 존재하기 어려운 불모의 땅을 상징하며, 그 위에 뿌리내린 금속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더욱 강조한다.
현계환 작가는 이러한 가상의 생명체를 통해 자연의 회복을 기존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 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으며, 또 다른 생명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번 작품은 산불이 남긴 흔적과 재난의 기억을 다루는 전시 안에서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시선을 제시한다. 불에 탄 나무가 과거의 시간을 품고 있다면, 현계환의 금속 식물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생명을 상상하게 한다.

차갑고 단단한 철이라는 산업적 재료가 작품 안에서 호흡하고 성장하는 생명체로 변화하는 과정은 관람객에게 생명의 본질과 회복의 의미를 새롭게 질문한다.
현계환 작가는 충북대학교 조형예술학과에서 수학하고 있으며, 2022년 갤러리 아페르 세종 신진작가 단체전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충북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했으며, 2026년 카자흐스탄에서 진행된 《Let's Forest》 프로젝트에 어시스턴트로 참여하고 세메이에서 열린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현계환 작가가 참여하는 《남겨진 흔적, 피어나는 시간》은 권동주, 김원우, 정준혁, 현계환 네 작가가 산불 이후의 시간과 기억,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서로 다른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전시다.
전시는 2026년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에서 개최되며, 인천광역시와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bp_kmh@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