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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0-02 06:45

티빙 캡쳐
티빙 캡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평범한 회사원이 편의점에서 거스름돈 대신 받은 로또 중 하나가 1등에 당첨돼 현금 13억 원을 손에 쥔 이야기입니다. 큰돈이지만 평생 일 안하고 놀고먹을 만큼은 안 되는 애매한 액수입니다. 그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는 대신 다음 날도 평소처럼 출근합니다.

달라진 것은 돈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에서의 마음가짐과 태도입니다. 주인공은 그동안 상사의 부당한 지시와 자기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의 무시에도 감정을 삼켰습니다.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관계가 틀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로또 당첨은 그에게 돈을 쓰는 자유보다 ‘뒤가 두렵지 않은 마음자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전에는 무리한 요구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감정을 삭였다면 로또에 당첨된 후에는 여전히 망설이면서도 이전처럼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말합니다. “나는 너무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화를 내지 못했다. 로또는 화를 내지 못하고 살던 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나는 오늘 화를 낸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로또 당점자가 ‘무엇을 구입할 것인가’보다 돈이 생긴 후 ‘무엇을 참지 않아도 되는지’를 묻습니다. 로또 당첨이라는 판타지적 설정 안에 직장생활의 현실을 담아냈습니다. 큰돈을 얻고도 회사를 그만두거나 삶을 한방에 바꾸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무언가를 배우고 해내면서 살아갑니다. 스펙을 쌓느라 청춘을 보내는 대학생도,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을 갈아 넣으며 책임을 다하는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노력이 실력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쌓아 온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는 인색합니다. 특히 불안정한 사회는 우리가 지닌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눈을 가립니다.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는 삶 속에서 무엇이 어긋날지에 대한 불안이 먼저 올라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로또 당첨과 같은 큰 행운이 있어야 비로소 믿을 수 있다면 현실이 너무 서글플 것 같습니다. 로또가 주인공에게 가져다 준 ‘믿는 구석’을 현실에서는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다음 세대에는 큰 행운이 없어도, 몇 번의 실패 앞에서도 애써 쌓아온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데 쉽지 않겠지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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