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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AI시대 진짜 고민은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0-07 08:14

구글이미지 캡쳐
구글이미지 캡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쓴 《파이드로스》 〈대화〉편에는 스승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서 한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사람들에게 망각을 심어줄 것이다. 더 이상 기억하는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해내는 대신 밖에서 빌려온 기호들에 의존할 것이다.” 글자가 있으면 어디든 적어 놓으면 되고 애써 기억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사고를 깊이 하는 데 오히려 안 좋다는 걱정입니다.

현대 문법으로 대입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력을 대체할까 우려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비슷합니다. AI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처음에는 배격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받아들이게 되고 나중에는 완전히 익숙해지는 과정을 되풀이해 왔습니다.

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힌두교의 가르침을 담은 《베다(Veda)》는 수천 년 동안 오로지 사제들 사이에서 입으로만 전해졌습니다. 다른 종교도 다르지 않습니다. 말씀을 글로 옮겨 적으면 신성함이 훼손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다가 《베다》를 글로 적고 때마다 모여 소리 내어 읽고 세월이 흐르면서 보관하고 읽기 쉽도록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도 비슷합니다. 처음 AI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결과물을 창작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AI의 도움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 그 영역의 경계와 한계를 규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창작의 주체가 인간인지 AI인지 따지는 게 무의미한 일이 될 지도 모릅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지적 능력도 바꿀 수 있습니다. 예컨대 대화를 나눌 때는 목소리나 상대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유려한지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AI는 여러 곳에서 정보를 끌어 모아 이야기를 펼치니까 누가 한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함께 일하며 공동의 결과를 내는 능력이 더 주목받습니다.

기술과 인간은 서로를 바꿔 왔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능력과 사고방식을 바꾸며 함께 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해 보입니다. AI를 활용하되 그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생각하는 힘과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일입니다.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나?” 대신 “이 기술과 함께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따져야 할 것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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