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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의 성공창업노트] 은퇴자의 창업 행렬, 노후의 희망인가 생계형 위험인가

한종훈 기자

입력 2026-10-12 15:44

한국동행 서비스협회 이상헌 회장(컨설팅학 박사)
한국동행 서비스협회 이상헌 회장(컨설팅학 박사)
[비욘드포스트 한종훈 기자] 청년과 중장년층의 창업은 위축되는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창업만 증가하고 있다. 이를 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나 새로운 도전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은퇴 이후에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창업이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창업의 문턱을 넘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성공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상반기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창업기업은 9만2,369개로 전년 동기보다 2.4% 증가했다.

반면 30세 미만은 3.9%, 30대는 2.3%, 40대는 3.2%, 50대는 0.8% 감소했다. 전체 창업기업이 1.5% 줄어든 상황에서 고령층만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세대별 창업 선호의 변화라기보다 고령화와 조기 퇴직, 노후소득 부족이 맞물린 구조적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은퇴자의 창업은 청년 창업과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 청년은 실패하더라도 재취업이나 재도전을 통해 회복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만, 고령층은 축적한 퇴직금과 노후자금이 창업 실패와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소상공인 창업에 상당한 초기 자금이 필요한 데다 임차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등 고정적인 지출까지 감당해야 한다.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창업이 오히려 노후 빈곤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치킨집과 카페, 음식점 등 진입이 비교적 쉽고 익숙한 업종에 창업이 집중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충분한 상권 분석과 수익성 검토 없이 창업에 나서면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임대료와 각종 비용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고령층 창업기업의 증가가 곧바로 노후소득의 안정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은 폐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제시된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폐업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2.3%, 2024년 22.7%, 2025년 24.4%로 높아졌다. 이 수치만으로 고령층의 폐업 위험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령층의 창업 확대와 함께 폐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살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자원이 소모된다는 사실이다. 창업에 투입된 자금은 개인의 노후자금뿐 아니라 금융기관 대출과 임대차 보증금, 각종 설비와 시설 투자로 구성된다. 사업이 지속되지 못하면 사업자는 자산을 잃고, 임대인은 공실을 떠안으며, 금융기관은 부실 위험을 부담한다.

지역 상권의 공실이 늘어나면 주변 점포의 매출까지 위축될 수 있다. 창업 실패를 개인의 경영 능력 부족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도 이제 창업 지원 중심에서 생존과 지속 가능한 소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창업교육과 사업화 자금 지원에 앞서 예비창업자가 해당 상권의 수요와 경쟁점포, 예상 매출, 임대료, 손익분기점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고령 예비창업자에게는 보유자산과 부채, 생활비, 은퇴 이후의 소득을 고려한 맞춤형 창업 진단이 필요하다. 창업을 지원하는 것만큼 창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제도도 중요하다.

공정거래와 상권 구조의 개선 역시 필수적이다.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공급가격과 거래조건, 광고·판촉비 부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맹점주가 불합리한 계약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본사의 매출 확대가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창업 지원금은 결국 임대료와 각종 공급비용을 보전하는 데 소진될 수 있다. 상가 임대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과밀 업종과 지역별 공실·폐업 정보를 예비창업자에게 제공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폐업 이후의 재기 지원도 창업 정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사업 정리와 채무조정, 재취업, 직업훈련을 연계하고, 고령 사업자가 축적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와 지역 기반의 전문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모든 은퇴자가 사업주가 되어야만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정부 지원의 성과를 창업자 수나 지원금 집행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창업 후 3년과 5년 생존율, 사업주의 실제 소득, 부채 변화, 폐업 후 재기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창업을 많이 하는 사회보다 무리한 창업을 줄이고, 시작한 사업이 지속 가능한 소득으로 이어지며,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가 더 건강한 경제다.

은퇴자의 창업 행렬이 노후의 희망이 되려면 개인의 결단과 희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창업을 권하기에 앞서 실패 위험을 줄이고, 공정한 거래환경을 조성하며, 창업 이외의 소득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노후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노후를 위협하는 위험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소상공인 정책이 지향해야 할 구조 개혁의 출발점이다.

-한국동행 서비스협회 이상헌 회장(컨설팅학 박사)

*건국대 시니어산업학과 교수로서 한국소상공인컨설팅 협회회장을 역임.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관련 전문가로 한국창업포럼 위원장과 International Consulting Association(ICA)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

한종훈 기자 hjh@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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