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6(금)

베트남 남자 축구, 60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 金
호성적 비결 묻자 "베트남 정신"
내년 1월 AFC U-23 챔피언십 예선 통과·3월 말레이시아 원정 승리가 당면 과제
22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동계 전지훈련

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에 입국, 기다리던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에 입국, 기다리던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베트남 축구를 60년 만에 동남아시안(SEA)게임 정상으로 이끈 '쌀딩크' 박항서(60)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박 감독은 2019 SEA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뒤로 하고, 14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대표팀의 붉은색 트레이닝 상의를 입고 환한 표정으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50여명이 넘는 팬들과 취재진이 뒤섞여 입국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새벽부터 공항에 나온 베트남 사람들도 많았다.

베트남이 SEA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건 1959년 초대 대회 이후 60년 만이다. 당시는 통일 이전으로 남베트남이 우승을 차지했다.

박 감독은 "조국 대한민국에서 많은 성원과 격려를 해줘 감사하다. 60년 동안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SEA게임 축구 종목에서 나의 감독 재직 기간에 우승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감독이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결과를 이룬 것에 베트남 국민들께서 기뻐해주고, 격려해준다. 이번 시합에 응원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우승, 올해 아시안컵 8강에 이어 60년만의 SEA게임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박 감독은 비결을 묻자 "기본적으로 베트남 정신이다. 선수들에게 베트남 정신이 정립돼 있다"며 "베트남 정신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고 있다. 경기를 하면서 선수 스스로가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호성적을 내며 베트남 이슈의 중심에 섰다. 최근 베트남 언론에서는 박 감독을 두고 '박당손(Park Dang Son)'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박당손'은 박 감독의 성과 '운이 좋은 때'라는 의미를 가진 '당손'을 합성한 별명이다.

이에 대해선 "뜻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SEA게임에서 60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가 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애칭을 아무렇게나 부르면 어떤가. 다 좋아서 부르는 것이다. 뭐든 상관없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대비하기 오는 22일까지 경남 통영시에서 동계훈련을 갖는다.

이에 대해선 "이번 전지훈련은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SEA게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부상자와 회복이 필요한 선수들이 많다"며 "훈련도 중요하지만 회복을 위해 왔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무대는 준비 없이 생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베트남 정부 등 모두가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은 U-23 챔피언십에서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와 D조에서 경쟁한다. 조별리그 순위에 따라 8강전에서 한국과 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박 감독은 "올림픽 예선이라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게 우선 목표"라고 했다. 베트남은 올림픽 본선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어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이 3경기 남았다. 조 1위를 하고 있지만 까딱까딱하다"며 "내년 3월에 말레이시아 원정이 있다. 이 경기를 이기면 8부 능선을 넘는다고 본다. 태국에서 열리는 U-23 챔피언십의 예선 통과와 말레이시아 원정 승리가 당면 과제"라고 했다.

일부에서 '국내 감독을 맡아달라'는 소리가 나온다고 하자 "대한민국에는 유능하고 젊은 지도자가 많다. 내 나이로는 이제 감독의 시대는 끝났다"며 "조국이지만 대한민국 감독의 자리는 탐하지도 않고, 욕심도 없다. 나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결승전 퇴장 장면에 대해선 "자꾸 좋게 얘기할 건 아니다. (퇴장은) 좋은 게 아니다. 자꾸 이야기를 하면 말꼬리를 물게 되니 더 이상 멘트하지 않겠다"며서도 "퇴장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나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고, 대한민국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벽부터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공항을 찾은 것에 대해선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인기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며 쿨하게 말하며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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