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01(수)

대한장애인체육회 소속 1554명 참여
354명(22.2%) 폭력·143명 성폭력 경험
2차피해·보복 두려워 외부 신고 못해

'장애인 운동선수 성폭력' 심각…10%가 "나도 당해봤다"
"주변 여자 동료 선수들이 피해를 겪는 것을 봤는데 코치가 선수들의 허락도 없이 머리나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하는 경우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장애인 체육선수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장애인 체육선수들은 폭력 및 학대,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2차 피해 등이 두려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월말부터 10월말까지 약 한 달간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선수 1만709명 중 155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모바일을 통해 학습권·건강권·재생산권·폭력·성폭력 피해 경험 등 관련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됐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면접조사도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54명(22.2%)이 욕설 및 구타를, 143명(9.2%)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가운데 과도한 훈련, 기합·얼차려 등 체벌과 구타(폭력) 피해도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사례별로 보면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가 292건(13%)으로 가장 많았다. 또 '나의 신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훈련을 강요받은 적 있다'가 162건(10.4%), '기합이나 얼차려를 받은 적 있다'가 137건(8.8%), '집합·기합·체벌을 받을 것 같은 공포감이나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적 있다'가 121건(7.8%)으로 뒤를 이었다.

이같은 폭력 및 학대 가해자는 '감독·코치'가 49.6%로 가장 많았고, 폭력 등 행위는 '훈련장(59.4%)', '경기장(30.7%)', '합숙소(13.3%)'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육체·언어·시각적 성희롱 등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겪은 선수들은 14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9.2%에 이르렀다. 이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해 실시한 타 분야 성폭력 피해 경험 관련 조사 결과(초등학생 2.4%·중학생 5.0%·고등학생 4.0%·대학생 9.6%)와 비교해도 장애인 선수 성폭력 피해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인권위는 "2012년 장애인 체육선수 직권 조사를 실시하고 대한장애인체육회장과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정례적인 실태조사 등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권고했지만, 지난 6년간 실태조사를 비롯한 현장 모니터링이 없었다는 문제가 이번 조사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를 수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장애인 체육선수 피해자 중 운동부 내부나 외부기관에 신고 등의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5.5%로 매우 낮았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보복이 두려워서'와 '선수생활에 불리할까봐' 등의 응답이 전체의 약 36%를 차지했다.

장애인 체육계의 자체적인 구제 절차와 장치 역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체육선수 성폭력 피해 경험자 중 35%는 '기분이 나쁘지만 참고 모른 척 하는 등 대응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50.3%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외부기관 및 지도자나 동료 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67.3%에 이르는 피해 선수들이 '오히려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의 수행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에 대한 장애 감수성 및 교육 의무화 ▲이천훈련원 및 지역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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