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17(금)

1차관 대신 장관이 직접 초치…'엄중 항의' 의미
"日조치 비우호적·비과학적…사전 통보도 없어"
"일본 불투명·소극적 방역 오히려 우려스러워"
"철회하지 않으면 상호주의 입각한 조치 강구"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왼쪽)를 초치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왼쪽)를 초치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의 한국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에 항의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외교부 청사로 도미타 대사를 불러들였다. 당초 외교부 1차관이 카운터파트인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 장관이 직접 대사를 만나 항의 수위를 높였다.

강 장관은 "오늘 대사를 초치한 것은 일본 정부가 노골적인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며 "본인이 직접 대사를 만나자고 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식을 잘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이와 같은 부당한 조치 취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더구나 추가 조치를 자제할 것을 그간 수차례 촉구했음에도 충분한 협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없이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조치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는 우수한 검진 능력과 투명하고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코로나 19 확산 차단 성과를 일궈가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매우 부적절하며 그 배경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일본은 자국의 조치를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라고 설명할지 모르나 우리는 오히려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조치 등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측의 조치는 참으로 비우호적일 뿐만 아니라 비과학적이기까지 한 것으로서 일본 정부가 객관적 사실과 상황을 직시하면서 이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측이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로서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한 필요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도미타 대사는 "지금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잘 들었다. 정확히 본부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일본의 상황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1~2주 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달려 있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언급했다.

도미타 대사는 면담을 마친 뒤 오후 3시25분께 청사를 빠져나갔다.

외교부는 전날 밤에도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해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한 바 있다.

외교부가 같은 사안으로 외교관을 연달아 초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총괄공사 초치와 관련,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기보다는 그쪽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9일부터 자국으로 입국하는 한국인에 대해 14일간 격리시설 대기, 무비자 입국 금지 등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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