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21.04.21(수)

에너지 로드맵,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 감사
"비구속적 행정계획 성격"…'정부 재량권' 인정
"상·하위 계획 다르단 이유로 위법 판단 어려워"

center
<뉴시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토대가 된 에너지전환 계획 수립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5일 감사보고서를 내고 "에너지 관련 각종 계획 수립의 절차와 방법의 적정성에 중점을 두고 '에너지전환 로드맵' 등 3개 분야 6개 사항을 법률적으로 검토했으나 위법하거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정갑윤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2019년 6월 "탈원전 정책이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2014년 수립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은 2035년까지 원전 설비 비중 29%,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1%를 목표로 설정했으나, '탈원전' 공약을 제시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공론화위원회 권고를 반영해 2030년까지 원전 설비 비중 16.5%,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목표로 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후 정부는 2017년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10기 수명 연장을 중단하기로 했다. 월성 1호기는 조기폐쇄를 감안해 전력공급 계획에서 제외시켰다. 이는 2019년 6월 수립된 3차 에기본에 반영됐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계획에 근거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담아 전력수급계획을 먼저 확정한 뒤 에너지계획에 이를 사후 반영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것이 정 전 의원의 주장이었다.

감사원은 먼저 '로드맵' 수립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로드맵은 '비구속적 행정계획' 성격이므로 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변화되는 여건이나 사정을 반영해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원은 '에기본'을 '전기본'의 상위계획으로 볼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녹색성장법,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령에 에기본의 위상이나 전기본과의 관계를 규정한 조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의 기본계획은 비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하위계획이 상위계획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따라서 8차 에기본이 2차 에기본과 다르다는 이유 또는 3차 에기본에 8차 전기본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하다거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감사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지난 1월 11~22일 서면 및 현지 출장 방식으로 실시됐다. 감사원은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법무법인 4곳에 법률자문을 의뢰했고 이는 감사 결과에 반영됐다.

지난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에 이어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 과정 관련 감사가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따라 정치권을 달군 탈원전 정책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을지 주목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그 목적의 당부는 이번 감사의 범위와 중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