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21(화)

“언론의 비판보도를 합법적으로 막는 악법”

언론의 원래 책임은 비판적 보도에 있다. 이는 1896년 독립신문 창간 정신 이후 120년이 넘게 면면히 이어온 살아있는 전통이다. 때론 이런 책임의식이 지나쳐 ‘제4부’란 오명을 쓸 때도 있었지만,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공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런 언론의 중요한 기능을 못마땅해 온 권력층 등 기득권의 폭거라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도록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 내용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120년 넘게 이어져 온 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사라지고, 언론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현 정권은 결국 합법을 가장한 악법을 만드는 역사적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언론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할 수도 있고, 따라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상존한다. 결코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님에도 오해받을 소지는 충분하다. 그런 상황에서 개정안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면,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설 언론인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정권이나 기득권층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정권이나 기득권층이 말하는 우려들은 이미 존재하는 정정보도 원칙을 보다 엄격히 적용한다든지, 보도를 통한 선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언론 스스로의 자정기능을 강화시킴으로써 지금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우리는 가짜뉴스를 근절해 건전한 언론풍토를 만들고자 하는 정부나 여당의 충정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가짜뉴스나 인터넷 뉴스장사와 같은 독버섯이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진행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그런 목적을 넘어선 언론의 비판 기능의 싹을 자를 위험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대다수의 언론계는 물론 야당까지도 ‘언론탄압법’이니 ‘문 정권 수호법’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추상적으로 설명되어 처한 입장에 따라 과도하게 언론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담긴 현행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즉각 멈추고, 더 이상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스스로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2021. 8. 24.

한국바른언론인협회 이사장 최재영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회장 김중석

대한인터넷신문협회 회장 이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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