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6(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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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개적 행보를 자제했던 이재용 부회장이 움직이고, 반도체 부문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위기관리 전담팀 신설까지,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를 통해 위기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조직 신설을 알렸다.

경영지원실 지원팀 산하에 사업위기관리(BRM·Business Risk Management) 조직을 만들었다. 리스크 발생 시 유관부서를 모집해 TF를 구성하고 대책을 마련 후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확립해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BRM 조직 신설 배경에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등 연이은 대외 리스크로 주요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위기의식 하에 이를 전사 차원에서 대비할 수 있는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장을 교체하는 등 반도체 관련 연구 임원들을 대거 교체했다. 정기인사 시기가 아닌 상황에서 부사장급 10여명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반도체 위기론' 돌파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임 반도체연구소장으로는 송재혁 플래시개발실장(부사장)을 선임했다.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메모리TD(Technology Development)실을 D램 TD실과 플래시 TD실로 세분화했으며 박제민 부사장과 장재훈 부사장을 각각 실장 자리에 앉혔다.

신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는 남석우 DS부문 CSO 및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 신임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인프라기술센터장에는 장성대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환경안전센터장 부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기존 인프라기술센터장이었던 최승걸 부사장은 글로벌 환경안전·인프라센터장을 맡게되는 등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도 이 같은 위기 탈출 노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오는 7일 반도체 미세공정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을 위해 네덜란드로 올해 첫 해외 출장을 떠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출소 후 11월과 12월 미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섰지만 올해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재판이 매주 잡혀있는 등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적극적인 경영 활동은 자제해온 셈이다.

하지만 지난달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통령 취임식 및 만찬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평택 공장 안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과 한미 비즈니스 행사, 펫 겔싱어 인텔 CEO와의 만남 등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450조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현재의 글로벌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 듯 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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