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19(일)

마지막 가는 길도 쓸쓸…시민들 발걸음 드문드문 이어져
윤석열 대통령 근조화환 보내...위패 세워진 화단 옆에 설치

25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윤석열 대통령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뉴시스)
25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윤석열 대통령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뉴시스)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뉴시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공동취재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공동취재단)

24일 오후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뉴시스)
24일 오후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뉴시스)


"(세모녀가) 다음 생애에는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면…”

25일 오전 11시께, 경기 수원시 권선동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내에 차려진 세 모녀 빈소를 찾은 시민 조문객 이모(68)씨는 “가슴이 아파서 찾아왔다”고 고인을 추모하러 온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날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세 모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집에서 30분 넘게 자전거를 타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 씨는 고인들과 일면식도 없지만 수원시가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공영장례로 치른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빗방물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나왔다.

빈소에 도착한 그는 수원시청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화단에 영정사진 없이 위패만 세워져 있는 쪽을 향해 고인을 추모한 뒤 조문객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빈소를 빠져나갔다.

이 씨는 취재진에 “2014년에도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고인이 된 세 모녀가 떠올라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씨는 어떤 마음으로 분향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 “좋은 데 가서 편안하게 되셨으면 한다”며 “다음 세상에 태어난다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 장례 이틀째를 맞아 25일 빈소에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빈소를 찾았다. 주 위원장은 단상에 국화를 놓은 뒤 조의를 표했다.

그는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송파에 비극적인 일이 있고 난 뒤에 복지 사각지대가 거의 해소됐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기니까 정말 죄송하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예산도 증가돼야 되겠지만 예산 증가보다는 사각지대를 없도록 하는 것, 본인들이 여러 가지 구조 신호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못 챙긴 점이 있다. 그런 것을 더 촘촘히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 모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기 위해 근조화환을 보냈다. 조화는 고인들의 위패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돼 고인들 곁을 지켰다.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에 차려진 빈소에는 자정까지 주요 인사와 시민을 포함해 50여 명이 추모객으로 방문했다. 장례 이틀째 오전에는 첫 날 오후보다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계 인사를 비롯한 10여 명이 다녀갔다.

수원시는 전날 오후 1시께 이재준 시장 결재를 받아 세 모녀에 대한 공영장례를 ‘3일장’으로 치르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 일체 지원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7월 수원시 기독교연합회·수원시 불교연합회·천주교 수원교구·원불교 경인교구와 ‘공영장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무연고 사망자,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 또는 기피해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수원시는 이날 오후 2시에는 원불교 경인교구에서 세 모녀의 추모의식을 거행하고, 장례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11시 30분에는 발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이곳 봉안당에 유골을 안치하고 장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수원시청 장묘문화팀 윤명환 팀장은 “비록 세 모녀와 아무 인연도 없지만 소식을 접하고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도록 조용히 빈소를 찾아와 분향만 가는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공영장례가 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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