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19(일)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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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 16.0명,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 8.6명.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풍요 속의 빈곤’이라 일컬어지는 부문별 수급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경력자가 이동하는 것은 물론,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AI, IT,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대기업끼리도 보다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서 인력 빼가기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프런티어에 있는 일부 첨단 엔지니어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2000년대 초반의 이공계 위기 담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대 등 자격을 중심으로 안정된 고소득을 올리는 직업과 전공에 비하여 공과대학에 대한 지원자의 상대적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은 입시철마다 확인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에서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화와 빠른 기술발전이 엔지니어들의 중요성을 더욱 높여온 데 비하여 거꾸로 상대적 임금은 지난 10여 년간 하락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최근 사무관리기술직 노조가 확산되고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설명을 제공해 준다”고 했다.

제조업 엔지니어 집단의 고용 규모는 2008년 42.3만 명이었으며 2016년까지는 고용 규모가 변동 속에 횡보하지만 다소 줄어들어 41.4만 명에 이르렀다. 그 이후 고용 규모가 늘어나 2021년 현재 46.5만 명 정도이다. 이는 제조업 전체의 고용 규모 패턴과 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대 정준호 교수의 ‘제조업 엔지니어의 최근 고용 실태’ 보고서에서다.

그는 2010년대 초반에 제조업 고용 규모가 늘어난 것은 생산직과 사무직 등의 비엔지니어 집단에 기인한 것이고, 2010년대 중반의 조선 산업과 자동차부품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 집단의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대신 엔지니어 집단의 고용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군별로 보면 2021년 기준으로 제조업 엔지니어 고용의 4.4%를 차지하는 생활관련 제조업에서 엔지니어 고용 규모가 2012~2018년 사이에 줄어들었으나 그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 생활관련 : 식료품, 음료, 의복-의복 액세서리-모피제품, 가죽-가방-신발, 인쇄-기록매체 복제업, 가구, 기타

2021년 기준으로 제조업 엔지니어 고용의 18.5%를 차지하는 기초소재 제조업의 경우 2009~2013년 사이에 엔지니어의 고용 규모가 줄어들다 그 이후 회복했으나 2016~2019년 사이에 고용규모가 다시 감소했으며 그 이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초소재 산업이 원자재 수급 사정과 산업의 경기주기에 따라 엔지니어 고용 규모의 변동이 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 기초소재 : 섬유제품, 목재 및 나무제품, 펄프-종이-종이제품, 코크스-연탄-석유정제품, 화학 물질 및 화학제품,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 비금속 광물제품, 1차 금속

2021년 기준으로 제조업 엔지니어 고용의 77.0%를 차지하는 가공조립 제조업은 다른 산업군과 달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간의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엔지니어의 고용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4~2016년 사이에 일시적으로 축소되다가 그 이후 다시 급등하고 있다.

제조업 전체의 엔지니어 고용 규모가 2010년대 전반에 줄어들다가 그 이후 늘어나는 것과 달리, 가공조립 제조업의 엔지니어 고용 규모는 2010년대 중반의 구조조정기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21년 기준으로 가공조립 제조업의 엔지니어는 제조업 전체 엔지니어의 약 2/3 이상을 차지해 엔지니어 집단은 가공조립 제조업에 초집중되어 있다.

■ 가공조립 : 금속 가공제품, 전자 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의료-정밀-광학 기기 및 시계, 전기장비, 기타 기계 및 장비, 자동차 및 트레일러,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군에서 엔지니어 고용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은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이고 2021년 기준으로 약 12만 명이다. 이는 전체 제조업 엔지니어 고용의 약 25.6%를 차지한다. 따라서 바이오ㆍ화학과 ITㆍ전자 업종에 엔지니어 고용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의 경우 엔지니어 고용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산업도 있으며, 이는 산업별 이질성을 보여준다. 반도체, 전자, 석유화학 등 수출 경쟁력이 있는 부문에서는 2008~2021년 기간에 시기별로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엔지니어의 고용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외 산업부문에서는 그렇지 않다.

제조업 취업자의 명목임금 추이를 보면 2008년 170만 원에서 2021년 320만 원 정도로 1.9배로 증가했다. 가공조립>기초소재>생활관련 제조업 순으로 명목임금이 높다. 생활관련 제조업은 2008년 104만 원에서 2021년 250만 원 정도로 2.4배로 늘어났으며, 기초소재 제조업의 경우2008년 177만 원에서 2021년 322만 원으로 1.8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가공조립 제조업의 명목임금이 2008년 200만 원에서 2021년 342만 원으로 1.9배로 상승했다. 따라서 저부가가치 산업이 많은 생활관련 제조업의 명목임금은 다른 산업의 그것보다 가장 낮지만, 2008~2021년 사이에 그 증가 폭은 가장 높았다. 그리고 기초소재 제조업의 명목임금 증가 폭은 제조업 전체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가공조립 제조업의 그것은 제조업 전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 엔지니어의 명목임금 수준을 보면 2008년 273만 원에서 2021년 455만 원으로 1.7배로 증가했다. 생활관련 제조업의 엔지니어 명목임금도 2008년 221만 원에서 2021년 369만 원으로 1.7배로 증가했다. 기초소재 제조업의 엔지니어 경우 2008년 명목임금이 257만 원에서 2021년442만 원으로 늘어나 1.7배로 상승했다. 가공조립 제조업 엔지니어의 명목임금은 2008년 283만원에서 463만 원으로 1.6배로 올랐다. 제조업 엔지니어의 명목임금 증가 폭은 2008~2021년 기간에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임금수준으로 보면 생활관련 제조업의 그것이 가장 낮고, 기초소재와 가공조립 제조업의 임금수준은 거의 엇비슷하다.

생활관련 제조업에서 엔지니어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산업은 ‘음료업’이고 2008년 320만 원에서 2021년 437만 원으로 1.4배로 늘어났다. 기초소재 제조업에서 엔지니어의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제조업은 ‘코크스, 연탄 및 석유정제품’으로, 2008년 390만 원에서 2021년 579만 원으로 1.5배로 상승했다. 가공조립 제조업에서 엔지니어의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제조업은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로 2008년 315만 원에서 2021년 520만 원으로 1.6배로 올랐다.

다른 제조업의 엔지니어 임금도 우상향하여 증가하고 있지만, 산업별로 엔지니어의 임금수준의 격차가 존재한다. 가공조립 산업 중에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의 경우 엔지니어의 고용 규모와 임금수준 모두 가장 높다. 이는 한편으로는 수출 경쟁력이 높아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와 ITㆍ전자 산업에서는 고용과 임금 측면에서 엔지니어의 집중이 두드러지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부 산업별로 엔지니어의 고용과 임금 분포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전체로 엔지니어 비중이 2008년 10.6%에서 2016년 9.2%로 떨어졌지만, 그 이후 다시 상승하여 2021년 10.8%에 달했다

제조업 엔지니어의 상대 임금을 보면 제조업 전체는 2008년 160.9에서 2021년 143.1로 떨어졌다. 생활관련, 기초소재, 가공조립 제조업의 엔지니어 상대 임금은 각각 2008년 212.8, 144.8, 141.2에서 2021년 147.6, 137.4, 135.4로 떨어졌다.

특히 생활관련 제조업의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전반적으로 제조업 엔지니어의 상대 임금은 대략 150 안팎으로 수렴되고 있으며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가공조립 산업의 엔지니어 상대 임금이 가장 낮다. 이는 엔지니어 집단의 임금 상승 폭보다 생산직과 사무직 등 비엔지니어 집단의 그것이 더 큰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이, 최근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 가공조립 대기업에서 MZ세대 엔지니어의 임금수준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표출되고 있다.

제조업 중분류별 엔지니어의 상대 임금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별 차이는 존재하여 어떤 산업의 경우 상대 임금이 상승했다. 2021년 기준으로 제조업 엔지니어의 상대 임금이 가장 높은 5개 산업은 ‘섬유제품’(172.4), ‘펄프, 종이 및 종이제품’(166.5), ‘가죽, 가방 및 신발’(164.4), ‘의복, 의복 액세서리 및 모피제품’(159.2), ‘식료품’(158.3)이다. 엔지니어 고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생활관련 산업에서 엔지니어의 상대 임금이 높다. 반면에 상대 임금이 낮은 5개 산업은 ‘자동차 및 트레일러’(119.3), ‘1차 금속’(114.8), ‘코크스, 연탄 및 석유정제품’(113.2), ‘가구’(107.9),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86.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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