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19(일)
“저비용 부채를 활용하지 못한 탓…성장 둔화 탈피 ‘글세’”
[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6월 2.72%이던 기업의 신규 대출 금리는 2023년 6월 기준 2.6%p 오른 5.32%.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로 10여 년간 완만하게 하락해온 부채 조달 비용이 불과 2년 만에 2010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금융부채에 대한 기업의 평균 이자 부담률 역시 상승하여 2023년 1분기 말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대기업)의 평균 차입이자율은 5.79%(3.68%)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민간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수익성 악화, 도산 우려 등 주식시장의 불안 요인이 누증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금리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과 기업부채’ 보고서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기업 부문의 장단기 채무불이행 위험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는 충분히 안정적이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팽창하는 상황에서도 건전성 유지에 방점을 두어온 기업의 보수적인 부채관리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서 성장기회의 달성을 촉진하는 저비용 부채의 순기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성장 둔화 추세를 탈피하기 위한 효과적인 부채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부채 조달 비용이 추세적으로 하락해온 상황에서도 기업의 재무구조 정책이 부채의 축소(deleveraging)를 통한 건전성 확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 S&P500 기업은 지난 20년간 이자율이 장기간 하락하는 상황에서 부채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저비용 차입자본의 적극적 활용은 재무 레버리지 확대로 기업의 이익 성장을 촉진하였을 뿐 아니라, 가중평균자본비용을 낮추어 주가수익률 상승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이자 부담률이 지속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부채비율을 신축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보다 안정적 관리에 치중했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추세적인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이자부담 감소는 상장기업 실질 순이익 성장의 17% 정도를 설명하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 역시 10% 수준에 그쳤다.

이 연구위원은 ▢ 기업수명주기에 입각한 재무구조의 선택 및 주주환원 정책의 재검토 ▢ 비핵심사업 매각을 통한 부채 축소를 포함하여 운영 효율을 극대화 ▢ 금리 인상을 촉발한 탈세계화, 탈탄소화, 인구구조 변화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상승 요인이 기업의 부외 부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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