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17(금)
[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부채, 증가 속도보다 구성이 문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 부담 완화 체감까지는 아직 먼 얘기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점차 완화기조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가 2%대에 진입하자 내수부진 완화, 차주 부채부담 개선 등을 명분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초저금리와 팬데믹에 기반해 급증한 민간부문의 부채 관리와 물가 재반등 우려를 고려한 긴축 스탠스를 감안할 때 과도한 인하 기대는 자칫 오판으로 이어져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특히 한은은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의 스탠스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반도체 중심의 수출실적 개선, 과잉긴축 부작용 우려, 지정학적 갈등 확대, 부동산 PF 부실 심화 등 성장경로 상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정책기조 변화와 운신 폭에 대한 결정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완중 선임연구위원의 ‘부채, 증가 속도보다 구성이 문제’ 보고서에서다.

그러면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그간 부채가 급증한 차주들의 부담은 완화되고 있는 걸까? 보고서는 우선 주택시장 광풍과 함께 급증세를 이어오던 가계부채는 주택가격 조정과 함께 최근 2년 연평균 증가율이 0.6%(2012~21년 7.4%)에 그치며 나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작년 대규모 특례보금자리대출로 가계부채가 재차 급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주택시장 조정이 장기화되며 과거와 같은 폭증에 대한 우려는 많이 누그러든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Stress DSR 적용, 규제목표 제시 등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하고 있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비견될 정도로 호조 국면을 이어가며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어 부채 부담 완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기업대출 증가폭도 둔화되고 있으나 구성 상 부실위험 증대

가계부채와 더불어 급증하던 기업부문의 부채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팬데믹 이전 연 4.8% 수준이었던 기업신용 증가율은 팬데믹 이후 연 9.9%에 달할 정도로 급증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점차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 및 부담 경감 노력과 달리 팬데믹 기간 급증한 기업부채는 개별 기업과 금융권의 이슈로 남겨져 상대적으로 관리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었던 측면이 있다.

여기서 뒤늦게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부동산 기업금융과 중소기업 대출 내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당분간 정책지원 연장에 따라 부실위험이 바로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특정 산업 편중 현상과 정부보증 등에 기반한 자영업자 대출 확대 및 다중채무 문제 등 구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내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부동산금융 부실 가능성, 자금조달 구조 단기화 경계심 부각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당시 대비 낮은 연체율 수준을 감안할 때 금융안정 측면에서 기업부채가 아직까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급증한 부동산금융 관련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금융시스템 차원의 안정 여부를 별개로 하더라도 자금시장 교란과 시장 변동성 확대를 촉발할 여지는 충분하다.

코로나 이후 부동산업·건설업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 증가분의 39%(220조원)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4년 만에 비은행권 대출 잔액이 2배 규모로 확대되는 등 비은행권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2,70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가계와 기업, 금융부문 전체에 실타래처럼 엮여 있어 레고랜드나 태영건설 사태와 같은 특정 이벤트 발생시 연쇄적인 충격이 불가피해 문제 해결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김 선인연구위원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위협할 정도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경계와 더불어 적극적인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부채 활용의 순기능을 도외시한 채 증가세만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부채는 자산 형성기 세대에게는 자산증식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담보여력과 신용기반이 취약한 소상공인들에게는 정부 보증 등을 활용한 금융지원 방안으로 활용돼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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